맹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단어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맹장은 영어로 ‘시컴(caecum)’입니다. 소장(small intestine)이 끝나고 대장(large intestine)이 시장되는 주머니 모양의 기관이며 막창(자)입니다.
한편,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맹장(염)’은 엄격히 말해 맹장이 아니라 ‘충양돌기’ 혹은 ‘충수’입니다. 충수(蟲垂)는 벌레 충(蟲), 늘어질 수(垂)처럼 벌레(vermi) 모양(form)으로 늘어진(appendix) 기관입니다. 영어로는 ‘vermiform appendix’로 불리는 5-10센티 정도로 작은 크기입니다.
맹장(정확히는 충수)의 영어 단어 ‘appendix(부록)’처럼 맹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인식되어 맹장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제거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다시 생기는 것보다 ‘부록처럼 필요없는 기관’이니 제거해버립니다. 더욱이 맹장염 수술은 1석 3조였으니 당연했겠죠. 환자, 의사, 보험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니 당연히 지난 수십 년간 장려되는 수술이었다고 합니다.
맹장수술 = appendix(충수) + 절개(tomy) = appendectomy
그런데 저는 오래전부터 이 수술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충수의 역할에 대해서 현재까지의 의학이 알지 못할 뿐이지 우리의 몸에 있는 만큼 분명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며 오히려 생각이라기보다는 믿음,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현재 알고 있는 것까지이지 ‘모든 것, 완전한 것,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에 저로서는 당연한 믿음이었습니다.
현대 의학이 모든 것을 완전하게 밝혀낸 것은 아니기에 충수가 우리에게 필요없는 기관은 아니리라는 것에 믿음을 두었습니다. 더욱이 호르몬이나 면역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더욱 우리가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충수가 불필요한 기관이 아니라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요즘이 아니라 아주 옛날에도 그랬더군요.
프랑스의 한 신문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를 언급했습니다.
옛날 프랑스에서 충수염은 치사율이 20%에 이를 정도의 위험한 질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의사가 절개술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의사는 아니었지만, 의학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환경 속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저명한 병리학자이자 역병학자였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다니며 콜레라를 연구하고 처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학자였습니다. 동생 또한 의사인 의사 집안이었습니다. 프루스트는 미래에 충수염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충수를 잘라내는 외과의사를 조롱하며 비웃고 충수염 수술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의사도 아니었고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지만 의학에 대한 견해는 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부의 의심은 며칠 전 한 의학저널의 발표로 더욱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충수가 불필요한 기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요한 기관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를 주관한 듀크 의대 홈페이지 기사 제목입니다.
“Appendix Isn’t Useless at All: It’s a Safe House for Bacteria”
충수는 절대 불필요치 않다. 충수는 세균의 피난처(安家)다.
발표된 연구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전문 용어는 익숙하지 않기에 전문용어를 사용한 번역보다는 이해한 것을 간략하게 적겠습니다.
맹장(충수돌기)는 유용한 세균의 피난처
인간의 장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박테리아가 살고 있습니다. 평상시는 문제없지만, 콜레라처럼 나쁜 균이 대량으로 침입하거나 심한 설사로 장이 비워지게 되면 몸속의 유용한 박테리아는 죽거나 몸에서 다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충수(맹장)라는 안전한 공간이 있으면 평소 장에서 살던 박테리아는 모두 소멸되지 않아도 됩니다. 안전한 공간인 충수(맹장) 속에 숨어있으면 되니까요. 이어서 상황이 바뀌면 충수에서 나와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됩니다. 안가인 충수 덕에 나쁜 균보다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충수가 없는 사람은 정상 상황으로 회복되는데 더 오래 걸리거나 어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충수의 위치는 절묘합니다. 대장과 소장을 사이의 맹장에 붙어 있어 어느 곳에서나 빠르게 피할 수 있고 외부 침략자에게는 막힌 공간이라 쉽게 발각되지 않고 숨어있기 좋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충수에 면역체계조직(immune system tissues) 존재한다 아니다로 논란을 벌였습니다. 듀크 의대 윌리엄 파커 박사 연구팀은 충수에는 면역체계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마침내 밝힌 셈입니다.
파커 박사는 장 내에 생체필름(biofilm)이 존재한다는 것을 오랜 기간 연구 끝에 밝혔습니다. 박테리아, 점액, 면역체계분자(immune system molecules)가 하나의 합금형태로 합쳐진 얇고 섬세한 생체필름은 장과 위에 막으로 감싸고 활동합니다. 연대를 형성하여 장 내 다른 나쁜 균이 서식하지 못하도록하며 생체필름이 가장 강하게 형성된 곳이 충수라 합니다.
맹장(충수돌기)은 제거하지 않아야 할 중요한 기관
그리고 충수(맹장)염에 걸리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급성 추수염(acute appendicitis)이라면 수술로 제거해야 할 상황이겠지만, 대부분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답니다.
개소리를 장황하게 써놯네
현대의학을 뭐로 보는 거냐
가끔 비속어나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는 댓글을 보며 이런 류의 댓글이 존재하는 현실에 슬픔을 느낍니다. 내용에 대한 불만이나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습니다. 하지만 낮춤말과 천박한 표현은 매우 불편합니다. 최소한의 존중조차 행하지 못하는 수준 낮은 네티즌의 발산으로 여기고 그냥 넘기겠습니다.
너는 단 두 줄의 댓글로 자신의 수준을 바닥까지 보이는 구나. 사람말이 개소리로 들리는걸 보니 너야말로 개일 것이고, 맞춤법도 못 맞추는 수준의 지성이니 현대의학이 아직 ‘생명’을 정의할 수 없음과 대증치료밖에 할 수 없는 현대의학의 한계, 그리고 항생제도 없던 100년전에는 그게 현대의학이었음은 생각 못하냐? 100년 후에는 네가 신봉하는 지금의 의학이 지금 눈높이의 100년전 의학과 같을거라는 생각은 못하는 지능 주제에 이런 배설글을 싸지르고 다니는 너같은 부류야 말로 박멸해야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다.
저도 분명 충수(맹장)는 우리 몸 어딘가에 분명히 필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 필요없는 기관이라면 퇴화하여 사라졌겠죠. 그치만 사라지지않고 계속 우리 몸에 자리하고 있다는 건 분명 어딘가에 쓰이는 기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급성충수돌기염으로 인해 절제해 버렸지만 급성이 아니라면 항생제로도 치료가 가능하군요. 하나 알아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https://m.huffingtonpost.kr/2017/01/23/story_n_14327518.html#cb
2013년에 게재한 해당 포스트랑 같은 내용의 기사가 2017년에 게재됐었네요.
저도 얼마전에 충수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받고 나니 몸에 변화가 생겼는데 우선 변이 전보다 단단해져서 사후처리가 깔끔해졌단 점과 소화가 잘 안되서 밤에도 자다 깬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두 증상이 충수제거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지는 의사가 아니라서 단정지을 순 없지만 수술 후 제가 느끼는 뚜렷한 변화인지라 궁금해 인터넷 서치를 하다 이곳에 오게 되었네요
아무튼 저역시 충수가 아무런 기능도 없이 그저 퇴화하지 못한 기관이라는 설명은 선뜻 동의하게되지는 않는군요
어서 충수의 기능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