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uy-en-Velay – Saint-Privat-d’Alli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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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23.5km |
시간 | |
높낮이 | 630m – 1,206m – 895m |
길 | 도로길 – 화산석 거친길 – 좁은 돌길 – 진흙길 – 산길 – 고산작은돌 도로 – 북한산같은 길 – 도로 |
날씨 | 대부분 비와 짙은 안개 |
몸상태 | 15킬로에서 포기하려고 할 정도의 발과 다리 전체 통증 |
좋은것 | 경치 |
나쁜것 | 굳은 날씨, 시냇물 위를 걷는 듯한 길, Bar가 두 곳뿐 |
걸은거리 | 23.5km |
남은거리 | 709.5km |
아침 미사
6시에 Gite de Relais에서 아침을 먹고 6시 30분 아침 미사에 참석했다. 르퓌앙벨레 대성당에서의 미사는 엄숙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로 일관되었다. 엄숙함은 이제 긴 여정의 출발을 더욱 비장한 각오로 출발한다는 알림의 의미처럼 느껴진다.

소개
미사 후 신부님은 순례길 여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모으고 여러 이야기 그리고 순례길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 후 일일이 소개를 하도록 했다. 실제 많은 분은 순례길 마지막 날이었으며 출발은 몇몇뿐이었다.

Ultreïa
‘울트레이아’, ‘Go further’, ‘더 멀리’라는 의미의 프랑스화 된 라틴어다. 옛 순례자들 사이에 힘든 순례길에 서로가 위안과 용기를 주기 위해 사용한 말이라 한다. 길에서 다른 순례자를 만나면 ‘울트레이아’라는 말로 힘든 여정에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우는 말이었다고 한다. 노랫말까지 있어 한 할머니의 선창으로 합창이 있었다. 순간 뭉클하다. 오랜 기간 생각하고 꿈꾸었던 순례길 여정에 이제 들어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욱 뭉클하다. 노래가 있은 후 프랑스어로 ‘탕퐁(스탬프)’를 받아 여정을 확인할 수 있는 ‘크레앙시알’을 받기 위해 옆의 작은 방으로 옮겼다.

Créanciale
순례길에서 스탬프는 스스로 어느 곳을 거쳤다는 것을 알고 확인할 수 있는 증명이다. 이런 증명을 받을 수 있는 수첩이나 페이지를 크레앙시알(créancial/Credencial)이라고 부른다. 순례길 패스포트다. 크레앙시알은 공짜가 아니었다. 르퓌 대성당에서는 크레앙시알과 함께 센트 동전 크기의 작은 셍쟉을 주었다. 생작(Saint-Jacque)으로 불리는 조개 껍질을 사려고 보니 12유로나 한다. 포기!

길과 숙소 안내 책자
길과 숙소를 안내하는 책으로 가장 잘 알려졌으며 추천 우선순위인 것이 ‘Miam Miam Dodo, 냠냠도도’라는 책이다. 책을 드는 순간 너무 무거웠다. 냠냠도도를 포기하고 둘러보니 미셸린에서 나온 안내서가 눈에 띄었다. 작고 가벼워 활용하기가 쉬워 보였다. 유럽여행에는 미셸린만 한 지도가 없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미셸린으로 선택했다. 추천 거리와 거리 사이에 놓은 마을, 고도 정이 잘 정리된 듯하다. 그리고 간단한 추천 숙소정보도 있어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출발
르퓌앙벨레 대성당을 나서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긴 여정의 출발이라는 것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워낙 오랜 기간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출발인지 믿기지 않는다. 출발하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출발이다. 막상 마음으로 출발을 외치며 길을 나섰지만,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출발지점을 알려주었다. 출발지점으로 갔다. 그리고 방향을 확인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첫 길
시작하는 길은 자동차 도로 옆 좁은 인도다. 조금 걷자 누군가가 나를 지나친다. 서로 인사했다. 잠깐 같이 걸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독일에서 온 에릭이다. 이십 대 초반 정도의 나이로 잘 걷는다. 걸음이 빠르다. 앞서간다. 그리고 금세 도로는 사라지고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에릭이라는 독일 청년은 비옷을 꺼내기 위해 잠시 멈추어 있었다. 나도 비옷을 꺼내 입고 가방도 비를 막는 천으로 둘렀다. 비가 많이 쏟아진다. 상황이 좋지 않자 자연스럽게 함께 걷게 되었다. 조금 후 길이 나뉘었다.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폰을 꺼내 작동을 시키지만, 빗물에 손가락이 미끄러질 뿐 터치를 할 수 없다. 길의 방향을 확인한 후 멀리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걸었다. 에릭이 나와 보조를 맞추어 주는 듯하다. 나는 에릭에게 길이 멀고 서로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니 먼저 앞서 가도록 했다. 나는 발과 다리의 통증이 시작돼 빨리 걸을 수 없었다.


말린 자두
중간에 첫 마을이 나타났다. 허기가 지고 목이 말라 카페부터 찾았다. 출발의 감동과 빨리 길을 나서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수퍼에 들러는 것을 잊었다. 물과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카페를 찾던 중 한 사람을 만났다. 그에게 배도 고프고 목이 말라 뭔가를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하자, 말린 자두를 몇 개 꺼내 주었다. 고마움은 표현하기 어려웠다. 말린 자두 몇 개지만, 선뜻 나누는 것이 고마웠고 조금의 위안이 될 정도로 큰 허기는 면했다. 그는 출발했고 나는 마을의 카페부터 찾아 들어갔다. 카페에는 먹을 것이 없었고 맥주 한 잔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단숨에 500mL를 마셨다. 그리고 길이 멀고 많이 남아 금세 일어서야 했다.
여정 중간에 포기
10km도 채 못 가 다리와 발의 상태가 매우 악화되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15킬로 정도에 지트가 있었다. 나는 전화로 지트가 열렸는지 확인했다. 문이 열렸으니 오라고 한다. 힘겹게 걸어 지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허기가 밀려온다. 혹시나 먹을 것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중국 라면이 있다고 하며 가져왔다. 물만 부으면 되는 중국 라면이다. 아무리 배가 고프지만, 집에서도 잘 먹지 않는 라면, 더욱이 중국 라면, 컵라면을 먹을 수는 없었다. 다른 것을 찾았지만,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트 주인은 이것이 왜 싫으냐는 듯 쳐다본다. 나는 그 눈빛이 싫어 떠나겠다고 하고 나왔다.
첫 점심
길을 가는 방향으로 채 500미터도 안되 문이 열린 카페를 보았다. 들어갔더니 한 사람이 있었고 그는 이미 다 먹고 일어섰다. 나는 맥주부터 주문했다. 500ml 큰 사이즈로 주문했다. 맥주 한 모금이 천국과 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햄이 든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크다. 아주 크다. 그 긴 샌드위치를 순식간에 다 먹었지만, 여전히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나는 다시 두번째로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생유로 만든 농가 세넥테르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다. 맛있다. 그렇지만, 다 먹기에는 많았다. 반을 먹고 반은 남겼다.
다시 걷기
샌드위치 하나 반, 맥주 500ml를 먹고 휴식을 취하니 어느 정도 충전이 되는 듯하다. 발과 다리는 여전히 아프지만, 다시 그 지트로 들어가긴 싫었다. 그 지트보단 고통스런 길을 택하고 싶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힘들지만,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앞으로 걸었다. 길은 험하다. 거칠고 험하고 오르낙 내리락 산길과 같은 길이 이어졌다. 비가 내려 진흙과 같은 길은 보통이며 경사진 길은 빗물이 흘러 시내처럼 물이 흘러내린다. 신발이 물속에 잠기는 식으로 걷는 것은 보통이다. 예상하고 생각했던 길보다 훨씬 더 거칠고 험하다. 우리나라 산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하고 정리되지 않은 길이 많다. 오히려 이런 길이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험한 길이 아픈 통증을 잊고 더 용기를 내도록 해 주었다.





셍프리바 달리에
저녁이 거의 다 되어서야 여정의 첫 목표지인 셍프리바 달리에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이곳은 렌틸이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AOC 렌틸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마을에 도착 후 카페부터 들어갔다. 카페에는 낮에 나에게 말린 자두를 주었던 프랑스인이 앉아 있었다. 이미 맥주 한 잔을 비운 듯하다. 나도 맥주부터 주문했다. 이어서 약간의 치즈도 주문했다. 늦었지만, 결국 도착했다며 나에게 격려를 했다. 빨리 도착하는 것은 중요치 않고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힘을 북돋운다. 내가 오늘 예상한 지트는 문이 닫혔으며 가까운 곳의 지트가 열려 있으며 그곳에 그는 오늘 머무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먼저 일어나 지트로 갔다. 카페에 앉아 한동안 카페 주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 주인은 코너에 있는 호텔이 가격도 싸고 시설이 괜찮다며 추천했다.





첫 숙소
조금전 그 프랑스인이 말하는 숙소로 갔다. 주인은 친절하게 맞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겉으로만 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발부터 벗고 가방은 입구에 두고 올라가라고 한다. 필요한 것만 꺼내고 가방을 문 입구에 두라고 한다. 모든 것을 이곳에 둬야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나는 신발과 가방을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즉시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카페 주인이 말한 호텔로 갔다. 가격이 저렴하다. 45유로다. 저녁과 아침을 포함해 63유로다. 나는 호텔로 첫 숙소를 택했다. 샤워 후 빨래를 하고 호텔 내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저녁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바에서 아페리티프로 스파클링 와인을 마셨다. 길고 힘든 첫 여정 후 샤워를 하고서 바에서 마시는 와인도 좋다. 어떤 좋은 와인 못잖게 좋다. 이런 기분은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느끼기 힘들 것 같다. 얼마 후 카페 주인이 들어왔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나에게 한 잔 사겠다며 다른 한 잔을 주문해 준다. 괜찮다고 했지만, 기꺼이 그러고 싶다며 한 잔을 샀다.
저녁은 이 지역의 송어 파테부터 시작했다. 비린내는 거의 없고 송어의 맛이 잘 난다. 프랑스는 어느 곳이든 파테가 맛있어 좋다. 메인은 와인소스 토끼고기다. 토끼는 야생이 없고 모두 기른 토끼라고 한다. 살이 연해 아쉽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흔한 크램므 브릴레 디저트로 식사를 마쳤다. 피셰로 주문한 화이트 반병과 함께 했다. 저녁 후 피로가 몰리며 즉시 잠이 들었다.
블로그 계획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다. 매일의 일을 적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 그날 적지 않으면 기억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메모를 한다고 하더라도 메모를 잊어버리면 모든 것을 되살리기가 너무 어렵다. 아이폰에 기록하더라도 아이폰을 만약 분실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그날의 일을 기록하고 분실하지 않는 방법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의 기록을 적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아이폰으로 글자를 친다는 것은 고통이다. 철자도 문제지만 속도가 더 문제다. 하루의 많은 길, 일어난 일, 생각, 느낌을 적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닐 듯하다. 그렇지만, 적기로 결정했다. 짧게 혹은 사진 몇장이라도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호텔이라 인터넷이 잘 된다. 그래서 사진부터 몇장 올렸다. 글은 적다 도저히 내가 원하는 것을 완성할 수 없어 우선 사진만 올린다.




인테넷에서 찾아본 Saint-Privat d’Alier 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사진들이네요. 흙탕 시냇물길은 보이지 않던데… Le monded 에서도 남쪽지방 돔므와 오베르느에 폭우 주의보가 내린 기사가 나오더라구요. 드리즐 가득한 경치가 멋있겠지만 육체적으로 힘들고 계속 걸어야할 때는 그야말로 고행길이겠어요. 내일부터는 비 내리는 양이 줄어들겠지만, 체감 온도는 많이 낮아지지 않을까요? 체온유지 잘하시고 미끄러운길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