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Privat-d’Allier → Saugues
Saint-Privat-d’Allier – Monistrol – Saugu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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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19km (실제 22-23km) |
시간 | 8시간 30분 (8:30am-5:00pm) |
높낮이 | 895m – 599m – 1,103m – 960m |
길 | 좁은산길 – 도로 up(길을 잘못들어) – 도로 down – 가파른 산길 – 혼합된 경사길 오르막 – 좁은산길 – 도착 |
날씨 | 안개비 – 구름 – 햇빛 종일 강하게 |
몸상태 | 발목 물집이 터져 상처가 되었다. 다리 전체 통증이 심해졌다 |
좋은것 | 모니스트롤 주변 경치 |
나쁜것 | 올라가지 않는 듯 올라가는 길이 엄청 괴롭혔다 |
걸은거리 | 42.5km |
남은거리 | 690.5km |
Saint-Privat d’Allier to Monistrol
오늘은 안개가 많다. 하루 밤을 쉬어서인지 걷기가 나쁘진 않다. 어제보다는 걷기가 쉽다. 아침 혼자서 걷는 길도 나쁘지 않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지긋하고 힘겹게 걷는 것이 드러나 보이는 한 사람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덴마크에서 왔으며 3년 전 림프종 암으로 고생한 후 운좋게 회복되었다고 한다. 2년 전에 이미 산티아고까지 걸었으며 올해 다시 르퓌에서 출발해 걷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6km 정도 걸을 예정이라 한다. 아들을 모니스트롤에서 만나 함께 걷는다고 한다. 아마도 부인이 안심이 되지 않아 아들을 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느린 속도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었다. 여러 이야기 중 한 덴마크 의사 이야기가 기억난다. “만약 제가 암에 걸리고 수술을 했다면 방사선 치료받을 비용으로 저는 산티아고 길을 걷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한동안 길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지도로도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구글지도, 아이폰 지도까지 동원 했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지나는 차를 몇대 멈추어 마침내 우리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고 방향을 바꾸어 걸었다. 나라도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미안했다. 나 역시 이 힘든 길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것에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걷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졌다. 몇 km 후 마을 입구에 도착했고 그와 헤어졌다.

모니스트롤 (Monistrol)
나는 길을 이었다. 아래 동네에 카페가 있다고 들어 뭔가를 마시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눈에 보이는 마을이라 가까운 것 같지만, 거리 계산이 쉽지 않았다. 여기선 늘 계산이 정확하지 않다. 눈대중과 달리 더 많이 걸은 후에야 카페가 나왔다. 지금은 ‘카페 = 맥주 한 잔’이다. 맥주를 마시지 않고 지나치기 어렵다. 간단히 물 한잔으로 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맥주를 마시며 쉬는 동안 한 그룹이 들어왔다. 일행은 나를 보며 마치 아는 사람처럼 인사했다.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은 마치 뭔가 특별한 패스포트를 지닌 사람처럼 대우할 때가 많은 듯하다. 일행 중 한 명은 이미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며 마치 동료처럼 더욱 반가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재밌고 좋지만, 이야기를 계속 나누며 머무를 수 없었다. 예정된 길이 멀다. 긴 인사를 나누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빵집을 찾았다. 시골 빵집은 빵집이라기 보다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잡화점이다. 시골이고 인구가 많지 않으니 주민을 위한 어쩔 수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오늘은 샌드위치보다 키슈가 크게 보여 샌드위치를 포기하고 키슈를 샀다. 키슈 한 조각이 나의 점심이다.



새로운 만남과 동행
이제부터는 아주 가파를 오르막을 올라가는 힘든 길이라 마음을 단단히 해야한다. 또 다시 길을 잘못들지 않기 위해 길을 물어가며 GR65 표시를 따라 걸어 올랐다. 마을이 끝나는 즈음 동네 할아버지를 만나 다시 한 번 길을 확인했다. 할아버지 말씀은 두 길이 있으며 페니블(pénible)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하며 지금 오르는 길은 무척 고통스런 코스라한다. 고민 후 가던 길로 계속 가기로 결정했다. 얼마 후 갈림길이 나왔다. 하지만 생쟉로 가는 GR65표시를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길을 잘 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마을에서 다신 한 번 길을 확인한 후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을에서 한 부부를 만나 길을 물었다. 길을 걷는 이들의 차림이다. 이분들은 이미 목적하던 길을 다 걸었으며, 좋았던 코스를 다시 방문하는 리뷰여행 중이었다. 이분들의 이야기는 내가 갔던 길이 제대로 된 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 가야 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프랑스 여자 둘이 합류했다. 둘 모두 나와 같은 날 르퓌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나를 르퓌에서 봤다고 하지만, 나는 신부님에게만 집중해서인지 본 기억이 없다. 프랑스 여자 둘의 오늘 도착 목적지가 나와 같다며 함께 걷자고 제한한다. 길가 정원 돌에서 잠시 쉰 후 길을 올랐다. 오르막이 이어지며 청량산처럼 절벽같은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바위를 뚫고 깍아 만든 교회가 나왔다. 작지만, 실내 수용인원은 꽤 많다. 단단한 바위를 깍아 만든 교회를 둘러보며 한 동안 감탄했다.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자 오르막같지 않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내가 걷는 속도는 두 프랑스 여자보다 느리다. 둘은 어릴적부터 친구이며 지금은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걷는 동안 아망딘느라는 친구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 즐겁다. 특히 느린 나의 속도를 맞춰주며 걷는다. 이미 발과 다리가 고통스럽지만, 두 친구 덕에 그래도 가고 있었다.




길을 가던 도중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인가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산에서 사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깨끗한 상태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았다. 비르지니가 고양이를 좋아해 안고 귀여워하는 동안 차 두대가 다가왔다. 조금은 흥분한 듯한 한 아주머니는 내리더니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고양이를 받아 안고서 이리저리 살핀다. 오늘 오전에 사라진 자신의 고양이라 한다. 아주머니는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하다. 아주머니와 비르지니느 한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골 파티
어느 마을을 지나던 도중, 멀리서 한 그룹이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와인 한 잔 하고 가라며 계속 소리친다. 아망딘느와 비르지니 두 친구는 10분만이라며 나에게 좋냐고 묻는다. 이미 목이 상당히 마른 나는 당연 좋다고 했다. 비르지니도 물이 떨어져 시원한 물을 얻어 마시고 빈 통을 채웠다. 나는 물과 와인 한 잔도 함께 마셨다. 한쪽에는 시멘트 블록을 받쳐 고기를 굽고 있다.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은 프랑스에서 흔히 먹지않지만, 우리가 늘상 먹는 삼겹살이다. 석쇠에 삼겹살을 얹어 굽는 모습이 우리와 너무 똑같다. 모인 친구들의 모습이 전혀 시골스럽지도 않고 파리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도시화된 친구들이다. 어릴적부터 친구라길래 나는 혹시 사립학교 동기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사립 고등하교 동기들이었다. 우리가 떠나려 하자 사진을 찍자고 한다. 어깨 동무를 하며 너무나 친근하게 대한다. 잠시의 즐거운 휴식과 충전을 고마워하고 아쉬워하며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즐거운 길과 아쉬움
발목에 물집이 잡힌 듯한 느낌도 찜찜하지만, 경사가 없는 듯 경사진 도로도 힘들지만, 다리 상태가 좋지않고 극도로 피로함이 느껴지는 다리 앞과 뒤 근육은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나 차 한대 만나기 어려운 고산지역 시골도로와 산인듯 느껴지는 구릉지대 모두 상쾌하고 즐거운 길이다. 다리의 고통만 없다면 너무나 즐거운 길이지만,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음이 많이 아쉽다. 그리고 성격좋은 프랑스 친구들이 더하는 즐거움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함이 아쉽다.


늑대 동네, 소그의 지트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을 거치자 마을이 보인다. 소그로 향해 걷는 동안 계속 보이는 지트 안내판을 보고서 아망딘느는 전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비르지니도 다리의 통증이 심해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한다. 나는 웃으며 비르지니가 먼저 마사지를 받은 후 좋았다고 하면 받겠다고 했다. 사실 마사지를 받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지만, 마사지의 도움으로 길을 걷는 것은 왠지 조금의 반칙같은 느낌이 들어 받지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아망딘느는 소그 마을에 대해 어릴 적부터 들었다며 마을에 도착하면 마을을 둘러보고 싶어한다. 이곳은 늑대의 전설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지트에 도착했다. 넓고 깨끗하며 정원이 있다. 아직은 30분 가량 빛이 있다. 빛이 좋은날 빨래 말리기 좋다. 나는 빨래부터 한 후 빨래를 잠깐이지만, 빨래를 말렸다. 안주인은 아시아인이다. 인상이 좋고 말에 품위가 있다. 오늘 일어난 일을 아이폰으로 적고 있는 동안 안주인이 올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억양에 동양인 특유의 엑센트가 없었다. 추측했던대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베트남 사람이었다. 겉보기에 프랑스인 남편은 보잘껏 없어 보였지만, 부인은 인품을 갖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식사 후 남편에게 부인 칭찬을 했더니 낮에는 변호사로 일한다고 했다. 남편 역시 이야기글 나누는 동안 스포츠 광이며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거칠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저녁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맥주를 물었더니 작은 맥주는 없고 벨기에 맥주 Monts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벨기에 수도원 맥주 Chimay를 상하이에서 가져와 점심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비싼 맥주지만, 선택이 없으니 마셨다. 맥주를 건네는 동안 친구 이야기를 했더니 반가워한다. 한국에도 맥주를 찾아다니며 마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도 벨기에 수도원 맥주를 찾아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아망딘느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태라 비르지니와 나눠 마셨다. 어제 점심에 먹고 남은 샌드위치 속의 세넥테르 치즈와 함께 먹었다. 양이 많고 도수가 강해 다 마시지 못하고 저녁에 아페리티프로도 먹었다.


저녁
직접 재배한 베트남 호박으로 만든 수프, 지역특산 돼지고기와 감자 타르트, 사과 타르트 디저트.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부인은 분주히 움직이며 타르트를 굽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 직접 만든 음식이다. 좋은 재료 깨끗한 맛의 좋은 음식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순례길 중 큰 기쁨 중 하나인 듯하다. 비록 세련되고 특별히 맛있다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성이 든 음식은 기분좋게 한다.
방이 하나라 나는 두 프랑스 여자에게 방을 양보하고 카나페를 펼쳐 로비에서 혼자서 잤다. 서로가 편한 밤이 되어 잘 한 듯.


마사지
저녁 후 마사지사가 왔다. 예상과 달리 마사지사는 40대의 프랑스인이었다. 원래는 비르지니가 원했었지만, 저녁 후 상태가 나아졌는지 받지 않으려고 했다. 이곳에서 잠을 잔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않다. 그래서 대신 내가 마사지를 받았다. 15분 마사지에 10유로라 한다. 가격을 떠나 마사지는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원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잘한다는 마사지를 많이 받아봤기에 너무나 실망스럽다. 내가 받은 마사지 중 가장 시원하지 못한 마사지였지만, 마사지판과 모든 장비를 준비하고 와서 오늘의 수입 10유로로 마친다는 것이 안스러워 더블로 요청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마사지는 근육을 눌러주기 보다는 살살 문지르는 형식이 대부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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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îte: Le Chalet du Pèlerin
Demi Pension(저녁/아침포함) 32유로
rue des Cîme à Saugues
04 71 74 77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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