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26일째, 나바랭스에서 아루에-이토로-올하이비까지
Navarrenx to Aroue-Ithorots-Olhaïby
걷기 거리: 15km(실제 18km)
시간: 7시간 (8:50-3:50)
고도:
길: 시골포장도로,구릉,비에 젖은 흙길
날씨: 오전 화창, 오후 비, 매우 추움
좋은것: 동행, 저녁
나쁜것: 추위, 비
상태: 힘들다. 왼쪽 종아리 심한 통증 시작
걸은 길: 692km
남은 길: 41km
아침
오늘은 이브, 폴과 함께 8:30분 오피스 드 투리즘 앞에 모여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이브는 나와 동갑, 폴은 좀 더 위인 것 같다. 둘 모두 스위스 국 경 근처에서 살고 집에서 부터 걸어서 출발했다.
베아른 앙두이에트
나는 시간이 남아 호텔옆 샤퀴터리에 들렀다. 샤퀴터리는 프랑스에서도 상당히 인정되는 곳인 듯하다. 베아른 지역 고유의 음식에 정통한 듯 많은 매체에 소개된 듯하다. 연어 등 생선도 유명한 듯. 나는 이집에 가장 뛰어난 제품을 물었더니 내장 소시지 앙두아에트를 추천했다. 맛을 봤다. 첫맛은 괜찮구나 싶었지만, 이내 입안에 남는 뒤의 맛은 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입안에 남는 구수한 뒷맛이 아주 고급스럽고 잘 배합된 향신료는 오묘함을 더한다. 주머네에 작은 돈은 5유로 뿐이라 5유로치를 샀다. 싼 소시지도 있지만, 좋은 소시지는 꽤 부담스럽게 비싸다. 어쨌던 저녁에 그렇게 엄청 후회할진 몰랐다.
출발
다들 조금 늦게 모여 – 프렌치 타임 – 방향을 잡고 출발했다. 마을을 빠져 나가는 다리를 건너려는 즈음 이브는 이야기 도중 오늘 목적지까지가 아니라 목적지에도 구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셋은 다시 마을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장보기
이브는 우선 파스타거리를 샀다. 나는 화이트도 레드도 아닌 어중간한 와인이 나을 것 같아 로제 와인을 샀다. 이브는 이미 오늘 저녁거리로 가르뷔르로 불리는 이 지역만의 수프를 이미 저녁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마을 광장에 장이 열렸다. 둘러보던 중 이브와 폴은 와인 앞에 계속 머물러 있다. 마디랑, 쥐랑송에 관심이 있다. 쥐랑송과 파쉬랭을 저울질하다 결국은 파쉬랭으로 결정했다. 이브는 가방에 프와그라가 있다며 파슈랭으로 앙트레를 하는데는 별문제없다고 한다. 폴은 마디랑에 눈이 멈춰 있다. 결국 레드가 필요하니 사기로 결정했다. 이브가 11유로 파슈랭, 폴이 7.5유로 마디랑을 샀다. 나는 5.7유로 프로방스 로제다. 폴도 토로 소시지가 있다니 저녁은 대충 될 것 같다.
앙리 4세 어머니의 집
폴은 예전 이곳에 산 적이 있어 이곳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나에게 설명한다. 장을 나오자 16세기 나바라 왕국과 프랑스 왕국의 왕이 된 앙리 4세의 어머니 쟌느 달베르의 집이 나온다. 앙리 4세는 어머니를 따라 개신교였지만 프랑스 국왕으로 오르며 카톨릭으로 개종했다며 폴은 설명한다. 순례길을 따르며 개신교와 카톨릭 간의 싸움으로 파괴된 많은 흔적을 보며 지나왔다에 설명이 실감난다. 앙리 4셍 어머니 생가 1 층은 현재 보잘껏없는 미용실이 있다.
마을을 빠져 나오며
마을을 빠져 나오며 옛 성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다리를 지나며 폴은 아래 물을 한동안 쳐다보며 큰 연어 둥 고기가 참 많이 잡히는 강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길을 가며
오늘은 길이 덜 지겹다. 나이가 많은 폴이 시간을 재밌게 한다. 비가 쏟아지다 잦다 날씨는 엉망이고 걸음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볍다.
오늘은 물을 많이 지난다. 어느 다리를 지나며 폴은 아들이 잡은 메기를 보여준다. 거대하다. 1미터 훨씬 넘어 보인다. 나는 어떻게 먹냐고 물었더니 프랑스에선 메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재미로 잡을 뿐이란다. 이유는 너무 기름져 잘 먹지않은다고 한다. 장어가 메기보다 덜 기름지다고 한다. 우리와 반대이며 우리의 메기는 종도 조금 다르고 담백한 편이라 즐긴다고 했더니 조금은 생소하단 표정.
날씨 그리고 피레네
날씨가 힘들게 한 하루다. 오전에는 흐렸고 점심 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는 온몸이 거의 굳고 발까지 시리다. 다행히 장갑을 준비한 덕에 손까지 시리진 않았다.
멀리 피레네는 이미 눈이 덮인 것이 보인다. 며칠 후 피레네를 넘게될 이브와 폴은 걱정을 하면서도 장난이다. 나도 여정을 더 잇고 싶다는 마음이 있지만 이번에 피레네를 넘으면 다음 순례길의 매력이 떨어질 것 같기도 하여 갈팡질팡하는 것도 사실이다. 멀리서도 병풍처럼 펼쳐진 피레네는 먼 이곳에서도 상징적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트
숙소를 잡기가 어렵다. 아브와 폴이 번갈아 가며 온갖 곳을 전화해도 받지 않거나 문 닫는 기간이라는 메시지 뿐이다. 오늘 목적지에 거의 다 왔지만 문이 열린 곳이 전혀 없다. 다음 목적지 중간도 연락이 안된다.
바스크 지역 고유의 베레모를 쓴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벨뷰 지트가 여기서 가깝고 좋다며 열려 있을테니 연락해보라고 한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브와 폴이 번갈아 가며 여러번 전화를 건 후 연결이 되었다. 지트 주인은 현재 부르타뉴에 있다고 한다. 이브는 지금 사정과 세사람이라는 것을 여러번 이야기한 끝에 숙소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받았다. 어렵게 어렵게 오늘밤을 지낼 수 있는 지트를 찾았다.
지트가 보이는 전경
바스크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숲길을 걸었다.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동물용 문이 있다.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걸어온 세상과는 단절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비가 그치고 흠뻑 젖은 목초지에 빛이 있고 군데군데 짜집기한 듯한 모듬의 여러 전경이 모여진 듯한 전경이 펼쳐진다. 잘 곳으로, 쉴곳으로 간다는 기쁨을 넘어 앞의 전경 그리고 멀리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지트는 말로 표현이 힘들 정도로 짜릿하다. 더 먼곳의 마을은 그림같다.
지트
지트에 도착하고 짐을 풀었다. 시시각각 추위가 더 심해진다. 하지만 난방이 없다. 폴은 샤워실 문을 열었지만 잠겨 있다. 또다시 전화하기가 미안하지만 다시 전화해 열쇠있는 곳을 찾았다. 샤워는 나이 순으로. 폴은 농담으로 44세라 하지만 이브와 나는 당연히 폴에게 우선순서를 양보했다. 이브는 동갑이지만 2월생이라 다음은 이브, 내가 마지막이다. 춥다. 한기가 몰려온다. 발도 시리다. 내 차례가 되어 긴 샤워로 몸을 녹인 후에야 조금 낫다. 밖에 나오니 이브는 물을 끓이고 있다. 물끓이는 열로라도 공기를 좀 더 데운다.
소시지와 로제 와인
시간은 이르지만 모두 점심이라곤 나의 샌드위치로 셋이서 나눈 것이 전부라 모두 배가 고파 우선 로제와 앙두이에트부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하자 조금씩 덜 추워진다. 함께 먹는 앙두이에트와 샤퀴트리에 대한 칭찬이 펼쳐진다. 둘다 그렇게 굉장한 샤퀴트리는 처음이라고 칭찬이다. 그리고 앙두이에트는 먹을 수록 더 맛있고 뛰어나다는 것에 놀라며 모두 아쉬워 한다. 셋이 나누기에는 양도 작고 맛이 너무 뛰어나다. 금세 동이 났다. 이어 폴이 산 토로 소시지를 먹었다. 토로는 거세하지 않은 숫소로 프랑스에선 모든 유통에서 토로는 별도의 고기처럼 취급하고 있다. 토오 역시 맛있다. 샤퀴트리 칭찬이 이어졌다. 그리고 토로도 끝, 로제도 비워졌다.
먹는 동안 폴은 대야에 더운 물을 담아 족욕을 한다. 이어 이브에게 권했다. 이브는 않는다고 했지만 폴은 물을 받아 거의 강제로 족욕을 하도록 했다. 다음은 나였다. 절로 숨이 크게 쉬어진다. 대야가 있는 곳도 많지 않지만, 생각조차 못했었다. 퐁은 졸려 자러 들어가고 이브와 나는 저녁 시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1 – 푸아그라와 파슈랭
오늘의 셰프는 이브다. 저녁은 파슈랭 스위트 와인과 푸아그라로 시작했다. 무거운 소테른과는 다르게 가볍고 독일 아이스바인보다 덜 달다. 대신 단맛, 신맛에 상큼한 과일 향이 가볍고 기분좋게 입안을 감싸 마치 맛있는 와인주스라는 느낌이다. 술술 너무 잘 들어간다. 파테와도 잘 어우리지만 파슈랭이 너무 맛있다. 사실 나는 쥐랑송과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내가 쥐랑송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마시는 파슈랭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훌륭한 와인이 11유로라는 사실에 더 감탄한다. 쥐랑송이든 파슈랭이둔 10유로 내외면 살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다 마셔도 모자랄 파슈랭을 이부는 중간에 자른다. 장터에서 산 베아른 고유의 디저트 뤼스와 함께 디저트로 먹기 위해서다.
저녁 2 – 가르뷔르와 마디랑
이이 지방 고유의 수프인 가르뷔르를 챙겨 온 이브는 앙트레오 준비했다. 가르뷔르는 콩피 드 카나르, 소시지 등과 함께 배추와 여러 야채을 듬뿍 넣어 푹 끓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맛이나 느낌은 우리나라 육개장, 닭개장과도 닮았다. 셋이 나누기에도 작았지만 폴은 입에 맞지 않는지 조금 남겼다. 함께 마신 마디랑이 어울리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와인이 강한데다 알콜 도수가 14도에 이르러 가르뷔르와 먹기에 불편하다. 결국 오늘 적은 양이지만 남긴 유일한 와인이 된 셈이다.
저녁 3 – 메인
메인은 스파게티다. 무게와 가격에 비해 가장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스파게티인 듯하다. 폴이 만든 토마토 소스와 버터로 비벼 먹는다. 면도 많이 삶기고 맛도 사실 없지만 작은 디저트 조각을 제외한 마지막 남은 음식이라 이것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어쨌던 스파게티 한 비닐을 모두 삶았고 셋이서 거의 다 먹었다.
저녁 4 – 위스와 파슈랭
카페 크림이 주인 뤼스라는 이 지역 디저트는 자체로 아주 맛있었지만, 파슈랭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뤼스와 와인을 따로 먹었다. 각각일 때는 둘 다 아주 맛있다.
힘들었지만 줄거운 하루
오후 내내 비맞고 춥고 배고프고 힘든 하루였지만 동행이 있고 서로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 힘이 덜어진 하루였다. 또한 음식과 와인을 함께 나누어 더욱 좋았던 하루였다.
거의 마지막 여정 길, 마지막 고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행이네요. 세사람이 서로에게 산티아고에서 보낸 엔젤 같은 고마운 친구들로 기억에 남겠네요.
맛있는 앙두이에뜨 이야기에 왠지 저의 숙제가 되는 것 같은 불긴한 예감도 스쳐갑니다.
거기까지 하진 않아도 될 듯. 숙제하지 마세요. ^
몸이 근질근질 하신 듯.
사장님 앙두이에뜨 묘사를 읽으시면서 머리 속에는 벌써 어떻게 만들어야겠다 상상하고 계신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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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틀 정도를 걸으면 긴 여정을 끝낼 수 있겠군요. 오늘이 7일, 내일 8일 토요일, 지금 프랑스 시간이 아침 10시 15분이니 벌써 두 시간을 걸었네요.
어떤 분이 ‘어찌 군자의 재림이라 하지 않겠는가 !’ 라고 하셨던데 곧 그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다.
고생이라고 여겼던 것은 추억이고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단어로 신 사장님 가슴에 남아 있을 듯합니다.
며칠 밤을 새워 풀어 놓아도 못다할 그 얘기들이 기다려집니다.
파슈랭, 쥐랑송은 없지만 코르나스와 알마냑 한 병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한 걸음을 떼어놓는 발에 경의를 표하며……..!
비즈니스 여행, 잘 다녀오셨죠?
‘걷는 것일뿐’인데 비유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남은 와인 말씀에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
앙리 4세에 대한 기사를 보다 생각나서 다시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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