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지난 12월부터 상당히 추웠다. 1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날이 조금 나긋해졌다. 추운 만큼이나 웅크리고 움직임이 적어 살이 붙는 느낌이 든다. 거의 앉아 있기만 하니 몸이 점점 좋지 않아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을 강하게 먹고서 나섰다. 신발을 단단히 묶고 손에는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라도 있으면 더 많이 걸을 것 같아서. 그리고 오랜만에 겨울 풍경도 담고 싶었다. 지난 순례길 동안 카메라에 습기가 차면서 먼지가 많이 들어 붙어 사진 찍는 것이 싫어졌었다. 조리개를 조이지 않으면 먼지가 덜 보일테니 최대한 조이지 않고 찍어볼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나선 산책은 나쁘지 않다. 흑백으로 단순해진 겨울이 좋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위가 드러나서 좋다. 오랜만에 찍는 사진은 쉽지 않다. 사진 호흡조차 잘 맞춰지지 않는다. 그래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겨울 모습은 좋다. 눈으로 보는 경치와 렌즈를 통해 보는 경치가 다른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골도 점점 복잡해지고 인공적인 것으로 덮이기 시작하니 사진 찍기도 눈으로 보기도 점차 추해진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 마음을 비워야지. 그래도 즐거운 기운으로 채워져 돌아오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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