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오르프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을 듣던 중 아내가 ‘굿 음악’이란다. 그리고 보니 무당 굿 소리처럼 들린다.
Carl Orff의 세속 칸타나 ‘Carmina Burana’ 음악이다. Camina Burana는 세속 칸타타이기도 하며 동시에 장면을 묘사하기에 Scenic cantata라고도 부른다. 수도원장이 술집에서 ‘나는 원장이다’라며 부르는 ‘Ergo Sum Abbas’는 특히 굿 느낌이 강하다. 바리톤이 굿 하듯 읊고 꽹과리 소리도 요란하다.
굿 음악을 떠올리다 보니 또 다른 굿 느낌의 음악이 있다. 익히 잘 알려진 그리그의 ‘Peer Gynt’에서 들을 수 있다. 트롤에게 쫓기는 장면, ‘Jages Av Troll’은 굿을 쉽게 연상시킨다. 그리그의 페르귄트는 대부분 발췌된 음악이 보편화되어 서정적인 음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극음악(incidental music)인 만큼 서정적임과 동시에 극적인 부분이 많다.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쾌감 또한 상당하다.
Grieg의 Peer Gynt 모음곡으로는 오슬로 필하모닉과 살로넨 음반을 좋아한다. 상쾌한 북구, 집시 느낌이 좋고 특히 바브라 헨드릭스의 목소리만큼은 그녀의 고약한 성격을 참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좋다. 그러나 굿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전곡 음반이라야 한다. 전곡은 예테보리(Gothenburg/Göteborg)와 예르비의 DG 음반을 즐겨 듣는다. 연주와 녹음 모두 좋다. 프랑스 파리 프낙(Fnac) 음반점에서 참 오랫동안 선반을 지키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음반이기도 하다. 가난한 시절 얼마나 군침을 흘렸던 음반인지….
독일식 페르귄트 모음곡을 듣고 싶을 때는 80년대 카라얀 음반을, 영국식 페르귄트를 듣고 싶을 때면 비첨 음반을 듣는다.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들린다.
Orff의 Carmina Burana는 좋은 연주가 많다. 유명한 요훔(DG) 음반이 있지만, 피셔-디스카우의 느끼함 때문에 듣는 중간에 음반을 빼는 경우가 많다. 굿의 느낌은 강하지 않다. 굿의 관점에서 보자면 역시 데카 녹음의 블롬슈테트 음반이 좋다. 오디오 듣는 쾌감을 느끼게 하는 음반이라 가끔 ‘소리’가 듣고 싶을 때 듣는다.
Carl Orff: Carmina Burana (In Taberna – Ego Sum Abbas) – Herbert Blomstedt (D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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