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라는 하나의 대상만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의식이 얼마나 깨치지 못한 ‘미개’한 국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개라는 단어에 흥분하지 마시라. 미개(未開)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라는 것은 국립국어원대사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미개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나면 미개(未開)란 단어조차 우리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① 꽃 따위가 아직 피지 않은 것.
② 토지(土地) 또는 어떤 분야가 아직 개척되지 않은 것.∼지(地).
③ 《일부 명사 앞에 쓰이어 》아직 개화(開花)되지 않은 것. 문명이 널리 퍼지지 않은 것.
부산시 산하 부산환경공단 직원들은 주로 야심한 밤을 틈타 ‘손쉽게’ 수질(水質)을 관리했다. 이 공단은 부산 지역 수영·강변·남부하수처리장 등을 관리·운영하는데, 하수처리수의 총질소(TN) 같은 수치가 나빠져 방류 수질 기준이 초과된다 싶으면 야간 당직 직원들을 몰래 수질 자동측정기기(TMS)가 있는 건물로 ‘파견’했다. TMS 기계를 조작해 수질이 나쁘지 않은 척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1월에도, 2월에도 이 공단 직원들은 수질 조작을 위해 멀쩡한 출입문 대신 가슴 높이에 있는 창문을 뛰어넘어 TMS 실에 잠입했다. 이곳엔 출입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창문으로 드나든 것이다…
이쯤이면 수돗물을 그냥 마시고 식수로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완전한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수돗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와는 덜 민감하다.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수돗물을 끓이지 않은 상태로 마시지도 않았으며 가능한 수돗물은 멀리했었다. 정수기 물조차 그냥 마시지 않는다. 내가 식당에서 절대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이야기를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이야기가 길어지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밥 먹을 때는 밥을 더 먹기위해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농담으로 넘어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이웃집 상수도관이 터졌다. 내가 살던 마을은 20호 남짓으로 마치 도시 속 부족 마을 같았다. 주민은 젊고 엘리트 집단이었기에 가능한 외부와 차단되고 결속력이 강했다.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심지어 100일 동안 매일 절에 다니며 기도해주는 이웃 아주머니도 계셨다. 그분은 소위 말하는 최고 대학 출신에 젊고 아름다운 아주머니셨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눈에도 가끔 그분의 아름다움에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였지만, 똑똑함은 다 사라지고 다들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내가 해결사로 나타났다. “계량기를 잠그면 될 거에요.” 그리고 난리는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날 저녁 난리 난 집의 아저씨가 찾아오셨고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 가지를 당부했다. 그분은 수도 관련 최고 자리에 있는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돗물은 절대 그냥 마시지 마라. 가능하다면 모든 먹는 물은 약수를 이용하라.”
당시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마치 공기를 사서 마신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던 시절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판매되는 물은 미군 부대에 납품하는 다이아몬드 생수가 유일했다. 수돗물을 마시지 마라는 말은 조금 황당했지만, 그분의 상세한 설명에 어린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하천이 당시 개발이라는 특혜 아래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를 알고 있었으며 물장구 칠 하천이 줄어드는 것에 마음 아파했었기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쓰레기, 오수는 물론이며 죽은 쥐, 동물, 심지어 사람 시체까지 본다면 수돗물은 그냥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설명을 곁들이셨다. 정수와 약품을 통해 물의 각종 수치는 낮아지더라도 결국 수원이 그런 상태라면 마실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후에도 가끔 나를 만나면 수돗물을 먹지 않는 지 확인하셨다. 당시는 어른 말씀을 꽤 잘 들었기에 잘 실천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거의 평생 동안 날 것 상태로 마시지 않았다.
얼마전부터 서울시는 ‘아리수’라는 아리(까리)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수돗물 날 것으로 마시길 강요하는 일에 나섰다. 나는 그 대범함과 무모함에 치를 떨었다. 근본적으로 지하수나 계곡 물이 아닌 – 지하수 오염도 심하겠지만 – 하천이나 강물을 정화한 것으로 날 것을 마시도록 하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수질검사 항목과 일부 공무원의 불법, 탈법의 수준을 고려하면 안전 수치는 믿을 수 없는 것이기에 절대로 그냥 마실 수 없다. 당연히 마시고 죽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 그러나 마시는 물은 기쁘게 마실 수 있는 물이어야 한다. 집에 아무리 비싼 정수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하천과 강물이 뿐이다.
시골에서도 요즘은 물을 가능한 끓여서 먹는다. 맛 자체는 괜찮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내 코는 거부하기 시작했다. 물 컵에서 나지 않아야 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물 컵을 여러 번 깨끗이 씻어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괜찮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기 시작한다. 지하 150미터 이하에서 끌어 올린 물이니 날 것으로 마시고 싶다. 하지만, 시골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시골이 결코 청정지역이 아니기에 그냥 마시기는 점점 거북해진다. 급기야 작년에 수질조사원에게 수질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얼마 후 조사원은 안전하다고 결과를 알려 줬다. 나는 자세한 수치를 요청했다. 그러자 자세한 것은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보라 한다. 나는 인터넷 상에서 정부의 무언가를 다운 받으려면 내 혈관이 터진다는 것을 알기에 즉시 포기했다. 주민번호 입력, 엑티브엑스, 깔고 또 깔고 또 깔고 다운되고 깔고 다운되고 리붓되고 다시 깔아야 겨우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포기했다. 형이하학과 infrastructure는 최상위 수준이지만, 형이상학, suprastructure에서는 최하위 수준의 나라에 사는 내가 무엇을 불평하겠는가?
오늘도 나는 물 냄새를 없애기 위한 차를 여럿 살폈다. 가능하면 냄새가 조금 있는 차로 골랐다. 물의 불쾌한 냄새만 없애면 된다. 그리고 신문 기사를 보던 중 위 기사를 보게 되었다. 검사수치 조작 정도는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 나는 수돗물로 손 씻고 세수 조차 가능하면 줄인다. 얼굴과 손이 따갑고 심하게 당긴다. 냄새는 기분 나쁘다.
하루도 수돗물 없이 지낼 수 없는 우리에게 수돗물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정도의 기사라면 시민 단체가 너서 적극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전 국민의 위생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일 뿐 아니라 매일 접하는 일상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정도면 화장품 바르는 남자를 이해해야 한다. 물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과 규칙을 바꾸어 이제는 지하수와 계곡의 물이 공공재로 시민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깨끗한 물은 장사치들에 넘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지하수의 오염원인 뚫려진 관정도 메우고 지하수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은 농약, 똥, 오줌, 쓰레기가 섞인 하천이나 강물이 아니라 관리되는 지하수, 계곡 물을 마셔야 한다. 앞뒤 가리지 못하고 우리나라 물이 최고다 말하는 무지한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파리에선 소득이 높을수록 수돗물을 직접 마시고 그렇지 않으면 생수를 사먹는 현상이 있다는 것.
수자원공사와 서울시에서 고도정수처리를 거친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돗물을 만들고 있지만 파리처럼 시민이 피부로 그 사실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홍보 전략이 시급한 상황.”
수돗물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발상 없이 지속적으로 수돗물 마시기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 홍보를 보며 갑자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좀 과하긴 하지만.
“화장실 청소에 사용하던 걸레를 삶은 후 – 검사 후 안전 기준에 적합하니 – 식탁에서 입 닦는 용도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너무 피해의식에 찌든 글이지 않나싶다.. 엄연히 정상적으로 세워진 검사기준이다. 도대체 어디가 조작이라는지 모르겠다.. 당신이 먹는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당신집의 노후된 수도관이 문제일것이다. 또한 당신 논리에 따르면 시중에 파는 음료수도 마시면 안된다. 음료수에 씌이는 정제수는 공업용수가 근본이다. 공업용수를 정화시켜 만든게 정제수란말이다..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처럼 시중에 판매하는 음료수 마시지 않은지 수십 년입니다. 맥주 또한 국내산 맥주에서 역한 냄새를 간간히 느껴, 가능하면 국내산 맥주는 마시지 않습니다. 유난을 떨기 싫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마시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맥주를 사야 할 때는 가능하면 국내산 맥주는 피합니다. 맛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물이나 공정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글에 어울리지 않는 피해의식이란 단어를 왜 사용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피해의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도 우리가 마시는 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관념적인 인식과 다른 차원에서 수돗물에 대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 그리고 국민들이 좀 더 심각하게 우리가 마시는 물의 ‘원수’가 안타까워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 피해란 우리 눈으로 직접적으로 단기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좋지 않은 원수를 수치 내에 들 수 있도록 정화하기 위해 사용하게 되는 화학물질에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싼 가격에 공급되는 것을 싼 가격이라 기쁘게 받아 들임으로 인한 피해는 그 것을 먹고 마신 사람의 신체에 그 영향이 축적되고 수 년 혹은 수십 년 후 그 결과가 우리 몸에서 우리 건강보험비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홍권님, 이곳은 공적인 블로그가 아니라 저의 개인 일기장과 같은 개인 블로그입니다. 비록 개인 블로그이지만, 타인과 생각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람 모습이 다르듯 생각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견이 있으시면 염홍권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지만 제가 염홍권님으로 부터 ‘당신’이나 ‘낮춤말’을 들을 이유는 없는 듯합니다. 인터넷 공간이지만, 좋은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홈페이지는 무례한 사람을 위해 열린 곳은 아닙니다.
1년째 계곡물을 그대로 마시고 사는데 아직은 이상이 없지만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정수해서 마시고 싶어요.
요즘은 장마철이라 물빛이 탁해졌어요. ㅠ.,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아마도 제 표현이 잘못된 듯합니다. 제 글의 의미는 계곡수를 그대로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수도물로 사용하는 수원 자체가 강물이 아니라 계곡이나 지하수를 의미했습니다. 일반 공급을 위해서는 당연히 정수와 검사를 꼼꼼히 거쳐야겠죠. 수원이 바뀌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계곡물을 드시는 라온님의 환경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세상 혼탁함과 거리가 먼 너무나 좋은 곳이란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