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중국에 관심을 쏟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코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으며, 관심 갖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문화를 지닌 나라가 중국이다 보니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이제는 좀 더 노골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기초적인 중국어도 배우고 한자도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까지 생긴다. 얼마전부터 지인이 추천한 책을 읽고 있다. 중국작가 ‘한소공’의 자서전적 수필인 듯하다. 한자리서 읽을 수 있지만, 생각날 때마다 몇 제목을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읽고 있다.
작가 한소공은 첫 제목 ‘강(江)’이다. 마교 지역에서는 강(江)의 발음이 짧으면 작은 시내, 1성으로 발음하면 큰 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라마다 강을 구분하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외국어 실력도 뽐낸다. 번역까지 했으니 일단 한소공의 외국어 실력은 대단한 듯하다. 덕분에 나도 영어와 불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시골 집 앞에 흐르는 물을 나는 내라 해야 할지 강이라 해야 할 지 잘 모른다. 내 눈에는 크기가 어중간하다. ‘내’로 부르기에는 넓고, ‘강’으로 부르기에는 작다. 평소에는 ‘내’처럼 보이다 큰 비가 오면 ‘강’처럼 보인다.
a large natural stream of water flowing in a channel to the sea, a lake, or another river
바다나 호수로 흐르는 큰 물 줄기
stream
a natural body of running water flowing on or under the earth
지표나 지하로 흐르는 자연 물 줄기
creek
a natural steam of water smaller than a river (and often a tributary of a river)
강으로 흐르는 물 줄기
강보다 작은 물 줄기를 우리는 대체로 ‘stream’으로 배운다. 중국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맞다. 틀리진 않지만, 의미의 폭이 지나치게 넓다. 오히려 ‘creek’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어려운 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리 사용되기도 하지만, 언어를 떠나 이 정도의 크기라면 강인지 내인지조차 가려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강(江)의 표현들
뜻 | 한글 | 영어 | 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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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위나 지하에 흐르는 물줄기 | 지표수, 지하수 | stream | cours d’eau |
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내 | 시내 | brook, creek | ru, ruisselet |
시내보다는 크지만 강보다는 작은 물줄기 | 내 | creek | ruisseau |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 | 강 | river | rivière |
바다로 향하는 넓은 강 | 강 | river | fleuve |
한소공의 마교사전을 읽으며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시간 때우기로 읽어야 할지, 아니면 그만 둬야 할 지를.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읽고 있는 글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라는 헷갈림이 아니라 점점 더 ‘무협지’를 읽고 있다는 생각에 가까워 진다. 경험적 사실을 말하는 양 적혔지만,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고 중국적 ‘허풍’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계속 읽는다면 ‘중국식 허풍’조차 중국의 한 단면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