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지만, 한국 아스파라거스는 아스파라거스 특유의 향이나 맛이 매우 부족해 아쉽습니다. 다행히 아스파라거스를 대신할 만한 식재가 한국에 있습니다. 지금이 제철인 두릅입니다.
두릅이나 아스파라거스는 향과 맛이 뛰어난 새순 식재료라는 점이 비슷합니다. 가격이 비싼 고급 식재라는 것도 비슷하네요.
두릅은 짧은 시기 동안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재이며, 나무에서 돋아나는 순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놀러 온 친구 부인으로부터는 두릅은 모두 땅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에 저도 놀라고 친구 부인도 놀랐습니다. 같은 두릅을 두고 이처럼 자라나는 상태가 다른 식재로 알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덕분에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 두릅은 땅에서 재배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산책이라기보다는 마지막 두릅을 따기 위해서입니다. 어제 아내와 함께 건넛마을 뒤편에 있는 두릅을 땄습니다. 두릅을 따고 내려오던 도중 아는 분께서 두릅을 딸 수 있는 또 다른 위치를 알려 주셨습니다. 아쉽게도 어제는 시간이 늦어 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 아침, 어제 딴 두릅을 서양식으로 요리해 먹었습니다. 두릅의 향과 맛에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직접 따서 먹는 두릅은 제 평생 먹은 어떤 두릅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 향, 질감이 뛰어납니다. 다 먹고 나니 아내는 웃으며 자신은 한 점도 먹질 못했다네요. 저 혼자서 다 먹었다고 합니다. 어찌나 미안한지. 미안한 김에 아침 식사 후 두릅을 따러 혼자 나섰습니다.
뒤편 산으로 향하는 산책길도 좋았지만, 예쁘게 핀 찔레꽃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습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지만, 금세 도착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두릅나무 군락을 쉽게 찾았습니다. 어제 군락을 소개해 준 분의 말씀처럼 대부분 다 딴 후이며 이제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해 딸 만한 두릅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약간 큰 두릅은 서양식 수프로 만들면 되기에 조금 큰 크기의 두릅도 함께 땄습니다. 특히 밑동이 통통한 것이 맛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 밑동이 통통한 것을 골라 땄습니다. 아쉽게도 양은 많지 않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산책이었지만, 미션이 있는 산책, 맛있는 먹거리를 생각하는 산책이라 이른 아침 산책이 즐거웠습니다.
손질한 두릅은 데친 후 아마도 냉동 보관하게 될 것입니다. 소중한 친구, 맛을 아는 친구가 오면 꺼내 아침에 맛있는 수프로 준비될 것입니다.
두릅 요리
두릅은 향, 맛, 질감이 뛰어난 야채입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도시락을 싸서라도 말리고 싶은’ 것이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침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맛, 풀 맛 나는 품질이 좋지 않은 두릅이라면 초고추장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품질의 두릅이 있다면 저는 초고추장으로 혼합된 맛으로 먹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에 먹었던 방식은 모두 좋았습니다. 우위를 가릴 수는 없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순으로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프랑스식 소테 (아스파라거스와 유사한 방식)
- 무침 (재래 간장으로 아주아주 약하게 간을 맞춘다)
- 서양식 수프 (삶아 분쇄하기 때문에 억센 두릅까지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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