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초, 아이들과 함께 하와이 여행을 했습니다. 어떻게 기회가 되어 난생 처음 미국을 가게 되었네요. 그런데 본토도 아닌 태평양에 있는 하와이 섬을 가게 되었습니다.
날씨는 한국처럼 여전히 덥고 습해 자동차 안이나 호텔 방이 아니면 헉헉거리게 했습니다. 원주민이 웃통을 벗고 아래만 가리고 편하게 사는 이유가 짐작되었습니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이 있다지만, 기껏 4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일년내내 벗고 살는 것이 편할 듯 합니다.
하와이는 사진으로 볼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앵글 속에 들어온 모습은 멋지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경치는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이국적 정취가 더 아름답다운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인지.
저희가 여행하는 동안 친구 – 연세는 저보다 꽤 많으신 – 내외분이 시골집을 지켰습니다. 그분이 저희 한 애에게 하와이가 좋은지 메시지로 물었습니다. 그 녀석 대답은, “워낙이 좋은 곳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하와이는 그저 그렇습니다”였습니다. 그러자 “Excellent”라는 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솔직한 표현에 대한 대답인 듯합니다.
이곳저곳을 다니고 이런저런 음식을 먹었지만, 여행 중 집 생각이 이처럼 간절한 때도 없었습니다. 꽤 괜찮다는 식당도 많이 다녔지만, 진짜 음식을 접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시골 텃밭에 지금 한창인 토마토, 가지, 호박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파인애플과 파파야가 참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호텔 아침은 거의 매일 과일로 배를 채웠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얼마 후 열대 과일이 그리워질 듯 합니다.
친구 내외분께서는 폭염 속에서 시골 집을 꿋꿋히 지키셨습니다. 거의 매일 스님처럼 식사를 한 듯합니다. 매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사진도 올리고 재밌는 대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여행을 떠나며 가지고 간 책을 저는 3분의 1 정도 밖에 읽지 못했지만, 지인께서는 킨들로 다운받아 모두 다 읽으셨다고 합니다. 여행을 통해 두 곳의 다른 곳에서도 책을 통해 꽤 즐거운 대화를 잇게한 것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대화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이번 여행동안 매일 저녁 술을 앞에 두고서 술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하와이. 다시 갈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장담은 하기 어렵네요. 나이가 들면 따뜻한 곳이 좋다며 매년 겨울을 하와이에서 보내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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