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을 들을 때는 고민을 한다. 그 순간의 마음과 분위기가 선택을 좌우한다. 가볍고 경쾌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면, 1, 2, 7, 8번을 듣지만, 좀 더 음악적이거나 무거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3, 4, 5번을 듣게 된다. 그리고 뭔가의 꽉찬 느낌을 원하면 9번을 듣는다. 전원으로 알려진 6번은 거의 듣지 않는다. 조금 지겹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카를로스 클라이버 음반을 들으면 좀 덜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주 아주 가끔 듣는다. 한편 하이든은 선택에서 고민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하이든을 좋아한다. 하이든이 좋은 이유는 선택의 폭이 넓고 밝은 음악이 많기 때문이다.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슈만, 브루크너, 말러, 등은 4에서 9개 정도의 교향곡을 작곡한 것에 비해 하이든은 자그마치 104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모짜르트는 41개의 교향곡이 있지만, 감정의 폭이 넓어 주로 밤 늦은 시간에 듣게 되지만, 밤 늦은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은 다른 것도 많아 듣는 빈도가 떨어진다. 하이든은 폭이 넓다. 저녁도 괘찮지만, 오전이나 낮 시간 모두 잘 어울린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무거운 몇 개의 ‘단조’를 제외하면 모두 듣기 좋고 편하다. 그래서인지 하이든 음악은 듣지 않고 지나는 날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들 많은 하이든 음악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초기, 중기, 후기 골고루 있지만, 특히 파리교향곡(82-87), 런던교향곡(93-104), 그리고 이들 중간에 있는 88-92번 모두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하이든 교향곡 중에서 93번은 특별히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이유? 모른다. 그냥 좋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관련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도 과하게 좋아하는데 특별히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합주는 음의 향연을 넘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아름답게 물밀듯이 음이 밀려오면 절로 흥이 난다.
좋아하는 음반
조지 셀 (George Szell)의 Cleveland Orchestra의 연주는 평생을 들었지만, 지겹지 않다. 앞으로도 지겹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조지 셀의 연주도 좋다. 듣는 횟수는 클리브랜드보다 적지만, 아마도 더 좋아하는 연주일 듯하다. Orfeo 음반에서 나온 Wiener Symphoniker와의 라이브 연주다. 비록 모노(mono)이지만, 쾌감은 부족하지 않다. 합주음을 이처럼 단순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감탄하고 즐긴다.
콘서트게보우와 니콜라우스 아르농크르 (Nikolaus Harnoncourt)의 연주는 물 흐르듯 찰랑이고 군더덕없이 상쾌해서 좋다.
다른 콘서트게보우 연주 콜린 데이비스(Colin Davis)의 연주도 좋다. 콜린 데이비스의 연주는 CD도 좋지만, 엘피 (Vinyl) 는 더 좋다. 같은 연주지만, 현이 더 아름답다. 콘서트게보우의 세련된 연주와 위에서 아래까지 풍성한 필립스 녹음이 이 음반을 자주 듣게 한다.
기타
그 외, Thomas Beecham, Eugen Jochum, Frans Brüggen, Claudio Abbado, Antal Dorati, Leonard Bernstein 등도 가끔 손이 가는 음반들이다.
Thomas Beecham은 독특하고 개성적인 연주이며 향수 자극적이다. 토마스 비첨의 연주는 오디오가 살짝 받춰줘야 한다. 옛 녹음에다 시스템에 따라 고음이 날카롭게 찌를 수 있다. 이 상태만 아니라면 공감감이 있고 청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엘피엔 저음이 그 정도로 약하지 않다.
Frans Brüggen 음반은 좀 더 원전에 가까운 연주로 더 간결하고 더 명료하며 녹음이 좋다.
그리고 Abbado의 연주도 아주 가끔 듣는다. 아바도답지 않은 뒤틀린 연주라는 생각이 들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소편성으로 소리는 괜찮고 연주는 나쁘지 않은, 싸게 만든 음반이란 느낌이 들어 저가(低價) 음반을 듣고 싶을 때 듣는다. 물곤 가격은 저가가 아니다. 아바도 음반 중 이렇게 헐값 취급받는 연주는 드물 것이다. 그래서 가끔 듣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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