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가 사라진다. 개별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다.”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하루가 달리 더 많은 웹페이지가 생겨나고 있고 지금처럼 번창한 적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웹사이트는 커녕 기존의 유명한 사이트조차 힘을 잃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거대한 포털에 갖히고 포털 외부의 웹페이지들은 맥을 못추거나 ‘존재하기 않는 페이지입니다’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선적으로 우리의 성향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꾸며진 무언가의 속에서 찾고 즐기는 것에 더 익숙한 성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의 차려진 밥상이 더 편하고 좋다는거죠.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느끼니 구태여 다른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거죠. 그 속에는 좋은 것, 필요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적질한 것과 엉터리가 난무함에도 맞춤식 컨텐츠를 좋아하고 유용할뿐 아니라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우리가 찾아서 들어가고 재밌다고 느끼니 뭐가 문제겠습니까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저로서는 포털의 폐해를 직접 입을 뿐 아니라 개별 홈페이지가 활성화되지 않음으로 인해 홈페이지의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압도적인 상황에선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변화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포털은 디자인이란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참 답답합니다. 세상 홈페이지는 HTML5와 Java 기술 덕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웹페이지들이 아름답게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홈페이지들이 펼치는 멋진 기술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마음껏 누릴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포털에 갖힌 우리는 이런 멋진 홈페이지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좀 더 전문적이고 좋은 내용까지 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나, 우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속에서 벗어나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접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 갖힌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려워집니다.
검색이 필요하면 네이버부터 찾는 사람들을 볼 때면 신기합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많은 정보가 잘못된 것이거나 맞추어진 것, 도적盜賊)질한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이버나 다음의 지식검색 결과를 보면 엉터리 정보, 의도된 정보, 카피된 정보, 맞춤식 정보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퍼 나른 글이나 사진 등이 범죄라는 개념의 상실이나 무감각은 ‘무형(無形)의 지적(知的) 자산에 대한 존중(尊重)’과 ‘정의(正意)’라는 중요한 의미를 상실하게 합니다. 이런 문제는 존중과 정의 그 자체의 상실(喪失)을 넘어 개인에겐 비뚤어진 정신세계를 형성시키고 집단에겐 왜곡된 사회현상으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우리나라 포털의 검색시스템이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선 이들 포털에 존재하지 않는 외부 글은 검색되지 않거나, 같은 내용의 글이라면 글을 올린 시간이나 복제 혹은 원본 글에 상관없이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에 존재하는 글이 검색에 먼저 나타납니다. 따라서 먼저 작성하는 것은 중요치 않죠. 자체 포털에 있는 글이 우선입니다. 심지어 이것조차도 돈 앞에선 의미가 없습니다. 돈이 모든 시간을 무력화(無力化)시킵니다. 돈도 같은 돈이 아닙니다. 더 큰 액수가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구글은 다릅니다. 구글의 검색 논리는 간단합니다. 더 많이 방문한 글, 더 일찍 작성한 글이 우선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선 먼저 작성한 원본 글이 복제 글보다 앞서기 때문에 더 많은 방문의 기회를 가지고 홈페이지는 더 활성화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 포털 시스템 하에서는 외부의 좋은 웹페이지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내용의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가 우선적으로 검색되지 않는다면 검색은 멀어지고, 존재 이유가 희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방문객이 줄면 더 좋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어렵습니다. 좋은 홈페이지는 사라지고 반면, 도적질한 글과 엉터리 글이 재생산에 재생산 될 뿐입니다.
우리나라 포털에 뭔가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개별 홈페이지는 점점 힘을 잃을 것입니다.
글을 쓰고보니 마치 동네 빵집 이야기처럼 비치네요. 그러나 정신적, 사회적 영향이란 면에서 그 심각성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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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도인이 운영하는 한 홈페이지에 회원등록하러 들어갔습니다.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꾸미기 강좌를 올리는 곳으로 좋은 내용도 많고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이 좋고 필요한 내용이 있어 등록할 생각이었습니다. 월 10달러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월 47달러로 바뀌었네요. 이미 유료회원이 900명 정도였습니다. 주인장은 유료화하기 전 유료화 할 계획이며 얼마가 적당할지를 물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 50달러가 적정하다고 했지만, 저는 50달러는 조금 많은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었죠. 이후 유료화 계획은 실행되었고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유료화가 작동되는 세상과 그 구성원들의 생각이 부러웠습니다. 사실 아주아주 부럽습니다. 무형(無形)의 가치(價値)를 인정해주는 현실이 부럽습니다. 제가 방문하는 또 다른 개인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로 50달러 정도의 회비를 받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달러(1,000원), 유료라는 이유로 WhatsApp이 사라지고, WhatsApp의 카피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 카카오톡이 ‘공짜’, ‘한국인이 만든 자랑스런 앱’이란 덕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떠오릅니다.
무형(無形)의 가치(價値)가 존중될 때 우리를 존중하는 뭔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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