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시골 방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은 음악을 즐기는 것 이상의 행복함을 준다. 두터운 흙 외벽이 음악을 아름답게 전해주는 것은 기본이며 에어콘 소음없이 온전히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아주 더운 날이면 음악에 방해되지 않을만큼 선풍기를 최소한으로만 틀어 소음없는 온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외국에는 여름에 야외음악회가 많다. 한여름 밤 야외의 청량하고 트인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습하고 벌레가 많아 현실적으로 생각보다 상쾌하진 않아 보인다. 서울에선 에어콘을 켜고 음악을 듣지만, 에어콘 소음도 만만찮다. 그래서 시골 방 안에서 듣는 음악은 특별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신선 놀음’에도 방해꾼이 있다. 매미다. 매미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흐트린다. 그래서 지나치게 시끄러울 때면 긴 막대로 쫒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금세 다시 나타나 더 크게 운다. 올해 매미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느껴진다. 아내는 매년 그렇다지만, 내가 느끼긴 올해가 유별나다.
오늘은 매미를 쫓을 방법이 있지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매미를 쫗기 위한 구글링이었지만, 매미를 쫓아내는 약품이나 기구는 찾기 어려웠고 매미의 긴 삶에 놀랐다. 매미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7년 정도나 땅속에서 산다. 특히 나무 뿌리의 액을 빨고 사는 매미가 많아 나무와 식물엔 천적이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몇 해에 한 번씩 에어커당 10만 마리 이상의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나와 소음을 만든다고 한다.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짝짖기를 위해 수컷이 내는 찌르르 합창 소리는 경악할 정도라는 것이 상상된다.
우리나라 매미는 2~5년 주기로 땅에서 올라와 허물을 벗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상 대부분 매미는 2~5년 주기라고 한다. 미국의 17년 주기 매미는 특별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자료를 뒤지는 동안 인간이 매미를 쫒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유일하게 스스로 터득한 방법은 긴 막대로 나뭇가지를 쳐서 가까이 있는 매미를 멀리 쫓는 것이다. 잠시뿐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매미에게도 확실한 천적이 있었다. 여러 천적들 중 특히 말벌이 강력한 천적이라 한다. Hornet이나 Yellow Jacket이 아닌 Wasp 말벌이 가장 효과적으로 매미 유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돌이켜 보니 올해는 말벌 집을 너무 많이 없앤건가 싶다.
얼마전 아내는 새 한 마리가 매미를 끝까지 쫓아가 매미를 뜯어먹고 해체하는 동영상을 찍었다. 매미 여름을 상징하지만, 고요한 여름에는 방해꾼이다. 여름은 조용히 지내는 계절이 아닌데 나 혼자서 조용히 지내려는 것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르셀의 추억에 나오는 매미는 낭만적이었다. 여름과 프로방스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상징물이었다. 자연을 받아들이고 즐긴다면 매미 울음을 통해 여름의 한 가운데 있음을 느끼고 여름을 더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옛날 파리 샤틀레 극장 연주에서 피아니시모의 고요함이 흐르는 가운데 지하철 지나는 ‘구르릉’ 소리로 음악이 살아있고 콘서트 실황이라는 것을 순간 다시 느낀 것처럼 – 가끔 오디오와 착각하고 졸 때는 특히 그렇다 –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기고 있는 행운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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