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이 실망한 하와이였지만, 그래도 좋은 것이 있었다면 ‘하나웨이(Hanaway)’라 해야겠습니다. 자연, 특히 덜 오염된 자연을 좋아하기에 하나웨이는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마우이 섬 동쪽 반을 한바퀴 도는 셈입니다. 첫번째 드라이버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바람에 느끼고 즐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고 무엇보다 예정된 기간에 별달리 끄는 것이 없었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충분히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워 다음날 한 번 더 돌았습니다. 첫째날은 숲이 있는 북동쪽에서 출발했다면 둘째날은 낮은 구릉지역이 시작되는 남동쪽에서 출발했습니다.
둘째날은 출발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해 더욱 좋았습니다. 차분한 경치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작은 마을에 도착해 지역에서 기른 야크와 양고기로 만든 햄버그도 먹고 하와이에서 두곳 있다는 와이너리 중 한 곳을 방문해 시음도 하고 느낌이 좋았던 와인도 한 병 샀습니다. 숲이 시작되기 전 마을에선 인상좋은 자매가 펼쳐놓은 자판에서 애플망고, 아보카도를 사고 자매 중 언니가 직접 하와이 마체테 칼로 잘라주는 야자도 맛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좋아하는 애플망고가 길거리 곳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익은 듯하지만, 크기강 아주 작았습니다. 두개 주어 두었던 것을 나중에 맛보곤 무척 후회를 많이 했죠. 맛과 향에서 지금까지 먹어본 애플망고와는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하고 좋았습니다.
운전을 이야기하지 않기 어렵네요. 하나웨이 중 특히 숲길은 S자 코스가 길고 곡이 좋습니다. 곡선 운전을 좋아하는 저로선 아주 즐거운 드라이버 길이었습니다. 급한 곡선에서 가속하는 재미는 저에겐 운전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아쉽다면 통행 차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금세 차들에 가로막혀 시원하게 곡선을 감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나웨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넓은 초지에 동물들이 있지만, 관리되는 것으로 보이는 소, 염소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제대로 자연 속에서 키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하와이에 있는 동안 스테이크를 먹으려고 많이 애를 썼습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곳에서 지역산 고기를 사용했는데 아마 가격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몇 번 기회가 있었고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고기는 진짜 고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육질과 마블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쉬움은 유럽과 비교할 때 정성이나 세련됨이 많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기대보단 실망이 많았던 하와이 여행에서 하나웨이가 있어 조금의 위안은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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