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디오 음질이 꽤 좋아졌다고 느낀다. 내가 뭔가를 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스스로 소리가 좋아졌다. 스피커 수리 후 처음엔 소리가 이상했지만, 점차 좋아지더니 일 년이 지난 이제야 꽤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고 느낀다.
고음은 부드럽고 섬세하다. 현 소리는 칼날처럼 예리하지만, 귀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벨벳이나 비단처럼 매끄럽다. 목관은 관에서 나오는 바람을 쉽게 느낀다, 금관은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허공에 높이 뻗는다. 심벌은 차갑고 잔향이 오래 맴돈다. 중음의 현실감은 더욱 놀랍다. 가수가 나오면 얼굴을 보려고 순간 고개를 든다. 생생함에 놀랄 뿐이다.
음악, 음반, 녹음이 다르기에 늘 그렇진 않지만, 수십 년 들으며 익숙한 음반에서 이런 음을 느낄 땐 더욱 놀란다. 이런 생생함은 거칠거나 메마름 가운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풍성함 속에서 나오기에 음악 듣기가 더욱 즐겁다.
순례길 음악 ‘On the way to Bethlehem (Music of the Medieval Pilgrim)’ 음반을 자주 듣게 된다. 북의 종류가 많고 잘 알지 못하기에 정확히 어떤 북인지 모르지만, 뭔가 너무 생생하다. 단순히 중음/저음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듣는 것처럼 기분좋은 타격감과 함께 적절한 만큼의 잔향이 울리고 적절할 즈음 즉시 사라진다.
나름 분석하자면 짧고 약한 음이 적절한 시간과 강도에 의해 현실감 있게 들리게 한다는 것이다.
음 반의 첫 곡은 14분 가까이 번복한다. 긴 시간의 번복이지만, 지겹지 않다. 중세판, 라벨의 ‘볼레로’처럼 느껴진다.
Apple lossless
음을 즐기는 동안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우연히 애플 로스리스(Apple lossless) ‘m4a’ 파일과 애플 비압축 ‘aiff(aif)’ 파일을 동시에 듣게 되었으며 두 파일간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지금껏 애플 비손실 압축파일과 비압축파일 간에는 음질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애플의 말처럼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일부 음반에서 비압축과 압축 간의 음질 차이가 꽤 있다고 느낀다. 컴퓨터에서 DAC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차이일 수 있겠다는 억지 추측을 할 뿐이다.
미묘한 차이지만, 비압축 파일의 음이 더 부드럽고 더 풍성하다. 그리고 더 섬세하다.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은 알지만, 이 미묘한 차이를 위해 상당한 돈을 쓴다. 그래서 ‘미묘한 차이’를 무시할 순 없다. 모든 파일에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파일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저장 공간을 생각해 대부분 압축파일로 저장 했기에 이들을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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