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시간적 계절이 별 의미가 없다. 비록 시간은 늦가을이라도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다. 서울보다 평균 5℃가 낮으니 이미 이곳 시골은 겨울이 시작된 셈이다.
윤 교수님과 플로가 함께 있다. 지금 계절에 텃밭에도 먹을 것이 넉넉지않고 그렇다고 사 먹는 것도 편치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닭이다. 생닭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이니 서울 기준에서 오히려 싸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골 기준에선 오히려 이 가격에 불만이 없다. 닭의 종류와 닭이 키워지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혀 비싸지 않다. 그리고 닭 한 마리면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 넷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오늘은 똥집을 포함한 내장은 밥이 든 크림 소스로 먹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방식이지만, 꽤 맛있었다. 아쉽게도 플로는 내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럴때 보면 아직 어리거나 프랑스인이기보다는 한국인 같다. 독일 리즐링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Chateau Des Anneraux 1993년 마그넘과 함께 했다. 고기는 온종일 땐 화덕에서 구웠다. 워낙 불이 강해 거의 없다시피한 닭 기름에 불이 붙고 순식간에 고기가 속까지 잘 익었다. 겉은 살짝 탄 듯하지만, 속은 적당히 익었다. 아마도 2분 정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서 먹는 닭 중 가장 맛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좋았다. 닭의 상태, 육질, 불, 굽히기, 등 거의 완벽했다.
디저트는 플로가 만들었다. 고기를 준비하는 동안 마지막일 듯한 민트를 듬뿍 뜯어 디저트로 만들었다. 만드는 동안 플로는 영국 왕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케익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불을 밀치고 화덕을 식힌 후 만들었다.
이제 막 10월이 지나고 11월 첫날이지만, 시골에서 이미 겨울이 시작되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