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터넷 상에서 느끼는 독일은 눈에 띄거나 유명하진 않지만, 특화되고 내실있는 소프트웨어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디지털화에 늦습니다. 독일뿐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가 그렇습니다. 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과거와 전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문화의 적응과 도입에 늦습니다. 기존의 것이 충분히 좋고 잘 운용되기 때문에 바꿀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 성향 또한 하나의 이유일 듯합니다. 그러나 마냥 과거와 전통에 머물 순 없으며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강한 필요성에 따라 디지털 문화를 적극 수용 하려는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기사가 오늘자(2016년 1월 14일) BBC에 올랐습니다.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독일이 디지털화에 늦은 이유와 현재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Can Germany’s manufacturers do digital?’
‘독일 제조업, 디지털화를 선택할까?’
많은 신생 IT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공유한다. 하지만, 전쟁 후 분단과 감시라는 상황에 익숙했던 독일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빅데이터와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불편한 관계였다. 결과적으로 유럽에서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늦었으며 상대적으로 트위터 계정도 적다. 페이스북에서 가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독일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요할 기회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다. 데이터와 안전의 관계가 큰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누가 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또한 독일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것보다는 옛날식을 선호한다. 한 교사는 구식 칠판을 디지털 칠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곳, 베를린이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자본이 첨단 기술의 성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증거다. 많은 두뇌와 재능이 꾸준히 베를린으로 몰리고 있다.
“사실 재능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것은 정말 괜찮다는 아이디어입니다.”
돈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인터넷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기에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는 동안 독일이 디지털 관련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일이 보여주는 IT산업 분야는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게임이나 소셜 등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전문적인 분야가 많아 보입니다. 애플이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가 산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앱인 것처럼 이 분야의 몫은 점차 커질 것입니다.
주제와 동 떨어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가 집중하는 게임 산업에 관해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게임을 통칭하여 게임이라 부르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집중하는 폭력적 선정적 게임도 있지만, 수학, 과학, 자연 등 다양한 분야의 필요한 지식을 게임이라는 매개를 통해 익힐 수 있는 유용한 학습용 게임도 있습니다. 교육적이고 지속성 있는 게임의 개발이 너무나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메르세데스, BMW,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기업과 지멘스, 보슈 등 거대 기업이 많은 독일이지만, 독일을 이끄는 힘은 3분의 2가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입니다. 독일의 대기업을 떠받치는 많은 힘은 중소기업에서 나옵니다.
삼성이 무너지면 수많은 하청업체,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제품을 원하는 곳은 세상에 널려 있어 삼성의 몰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위 말하는 삼성의 ‘못된 갑질’에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은 ‘삼성에 팔아야만 하는 약한 구조’를 가진 것 때문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어야 할 곳은 삼성이 아니라 삼성의 부품을 공급하는 ‘전문’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며, 정부지원을 떠나 중소기업 스스로 세상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기업 의존도가 지나쳐 이미 위기론이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도 거대 기업 하나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기업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정부의 방향과 역할이 큽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호한 단어 ‘창조경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싶습니다.
mittelstand: Middle class
SMEs: small and medium enterpr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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