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새해, 명절, 기념일 등등에 대한 의미가 점차 줄어든다. 어렸을 적부터 생일이라고 챙기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날이면 날에 느끼거나 가능한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찾긴 한다. 그 중 하나가 음악이다.
새해 첫날이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듣는다. 평소에도 거의 매일 요한 슈트라우스 음악은 듣기에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것이 있다면 일반 연주가 아니라 신년음악회 연주를 듣는다. 신년을 비엔나에서 보내는 것도 좋고 바람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비엔나 신년 음악회는 좋은 연주들이 많다. 다 좋다. 싫다고 할 연주를 찾기 어렵다. 그러고 보니 하나 있긴 하다. 카라얀 연주는 조금 내키지 않는다. 밝게 시작해야 할 신년을 어둡고 무거운 왈츠와 폴카로 시작하는 것은 싫다. 더 가볍고 더 경쾌하고 더 상쾌한 연주. 때로는 무겁지만, 때로는 날 듯 가볍게 비상할 수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가 좋다. 그런 면에서 Billi Boskovsky, Carlos Kleiber가 좋다. 빌리 보스코프스키는 요한 슈트라우스 음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들어왔고 평소에도 많이 듣기에 신년음악으로써 매력은 조금 떨어진다. 결국 카를로스 클라이버 연주가 가장 좋다. 1989년과 1992년 연주 모두 좋지만, 1989년 연주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1989년 오래전 녹음이지만, 그 때의 열기를 느끼며 한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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