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전설
‘피그말리온(Pygmalion)’은 그리스의 전설적인 조각가다. 여자에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이 만든 조각 여인은 너무나 실제같고 아름다워 그 조각을 사랑하게 된다. 아프로디테 축제가 있던 날,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에게 감히 그 조각이 인간으로 바뀌기를 바랄 수 없어 그 조각과 같은 여자가 자신의 아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집에 돌아와 그 조각에게 입맞춤을 했더니 조각의 입술이 따뜻하게 변하고 다시 한 번 입맞춤을 했더니 아이보리 색의 아름다운 조각이 부드러워지며 사람으로 변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는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사람으로 변한 조각 여인의 이름은 ‘갈라테아(galatea)’이며 다른 버전에서는 디도(Dido) 혹은 ‘엘리사(Elissa)’로 불리기도 한다. 괴테는 그 여인을 ‘엘리제(Elise)’로 불렀다. 아들 이름은 ‘파포스(Paphos)’, 딸의 이름은 ‘메타르메(Metharme)’였다. 키프로스(사이프러스) 섬의 ‘파포스(Paphos)’는 피그말리온의 아들 이름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문학과 예술에 두루 사용되었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Pygmalion’이라는 희곡을 썼으며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My Fair Lady’는 이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전설적인 가수 줄리 앤드류스가 ‘일라이자 두리틀(Eliza Doolittle)’ 역을 맡았다. 영화로는 1938년 ‘Pygmalion’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으며, 1964년에는 ‘My Fair Lady’라는 뮤지컬 버젼의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오드리 햅번이 일라이자 역을 맡았다.
피그말리온은 영국 하층의 꽃 파는 어린 여인 일라이자를 최고 상류의 여인으로 바꾸는 이야기다. 6개월 교육으로 신분을 몰라볼 정도로 바꾸는 내기가 벌어지고 일라이자는 그 내기 대상이 된다. 헨리 히긴스 교수는 내기를 이기기 위해 외모뿐 아니라 걸음걸이, 행동, 예절, 춤, 말투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르치고 변하게 한다. 영화에서 이런 과정들을 보는 재미가 꽤 좋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은 큰 집과 자동차, 명품 옷과 장신구, 성형을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지 모르겠지만, 말과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실질적 신분 상승이 안된다는 진리같은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지위, 재산 여부를 막론하고 천박함이 압도적인 말과 행동을 행하는 것은 이런 단순한 진리를 모르거나 알아채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드리 햅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지만, 최근에야 봤다. 1938년 영화, 피그말리온에 홀딱 반한 후, 또 다른 버전이라는 이유로 봤다. 1938년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인지 25년 후 만들어진 1964년 ‘My Fair Lady’는 실망스러움과 함께 어색함, 안스러움 등 많은 부정적 느낌이 강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느끼는 어색함은 오드리 햅번의 영어다. 이 영화의 핵심은 변해가는 말과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오드리 햅번의 런던 하층 영어엔 Cockney 엑센트 외에 European 엑센트 등이 여러가지가 썩여 듣기가 부담스럽다. 잘 하다가도 곳곳에 엉뚱한 엑센트가 섞여 듣기가 부담스럽다. 상류층 영어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선 천한 말투에서 상류층 말투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인데 전부 뒤죽박죽이다. 오드리 햅번뿐 아니라 다른 많은 배역들의 말투와 엑센트가 전체적으로 꽤 불편하다.
노래의 엑센트는 더욱 불편하다. 가수가 대역인 이유인지 몰라도 엑센트는 더 뒤죽박죽 섞인다. 영화 전문인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캐스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뮤지컬을 본 많은 관객들은 줄리 앤드류스가 일라이자 역을 맡기를 바랐지만, 스타 파워 때문에 오드리 햅번이 일라이자 역을 맡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오드리 햅번의 노력은 안스러웠다. 정말 잘 하려고 하는 애쓴다는 것은 보이지만, 불편한 말과 행동은 계속되며 여기에 지나친 의상과 배경까지 곁들여져 더욱 불편했다.
3시간에 가까운 긴 영화를 본 후 남는 느낌은 헐리우드 영화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1938년 피그말리온을 보지 않았다면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연기와 엑센트까지 거북하지 않았을 것 같진 않다.
레슬리 하워드와 웬디 힐러의 1938년 피그말리온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에겐 몇 번을 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모든 배우들의 뛰어나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놀란다. 19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별도의 세트장이 필요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배경까지 자연스럽다.
히긴스 교수 역을 맡은 레슬리 하워드(Leslie Howard)의 청산유수로 흐르는 말은 혀를 내두르게 하며 모든 배역들의 말과 행동은 자연스러움 이상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인 일라이자가 하층에서 상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다. 어렵게 변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연기 이상의 연기에 놀라움이 이어진다. 필요에 따라 어색한 엑센트, 긴장감이 넘치는 엑센트, 긴장한 엑센트가 더욱 신비로운 상류층 여인으로 보이게끔하는 연기는 놀랍다.
웬디 힐러(Wendy Hiller)는 얼굴이 특별히 예쁘지도 않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은근히 천한 듯하지만, 필요에 따라 우아하다. 1938년 영화 상영 당시 25세이지만, 걸음걸이 행동 자세 말투 등은 성숙한 40대로 보일만큼 뛰어났다. 한편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햅번은 촬영 당시 30대 중반이었다. 평소에도 우아했던 오드리 햅번이었음에도 영화 속에서의 일라이자 햅번은 왕족으로 보일만큼은 아니었다. 웬디 힐러 일라이자의 춤 장면은 긴장감과 어색함 속에서도 우아함이 유지되며 쉽게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게 한다. 첫번째 시험무대에서 배운 문장을 나열하는 우스운 장면도 웃음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이 영화는 놓치고 싶은 장면이 거의 없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1900년대 초 이미 음성학에 많은 기구가 사용되고 언어/말을 배웠다는 것에 놀랐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말투가 얼마나 한 개인의 품위를 높여주는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아직 책으로는 읽지 못했다. 조만간 아마존에 주문해야 할 것 같다.
My Fair Lady









Pygma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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