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아이슬러는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작곡가이지만, 음악 전공자는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로, 노동운동가는 노동운동가(勞動運動歌)의 작곡가로 알고 있을 겁니다.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 1898-1962)는 라이프찌히에서 태어나고 오스트리아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1차대전 동안은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으로 많은 전투에 참여, 젊은 시절 독일, 1938 미국으로 망명, 1948년 다시 독일로 돌아갑니다.
젊은 시절
젊은 시절 아이슬러는 쇤베르크에게 음악을 배웠으며 쇤베르크의 12음계와 일련의 기술에 있어 첫 사도라 불릴 정도로 12음계를 빠집니다. 이후 독일로 간 아이슬러는 공산주의에 심취했으며 이때부터 정치적 성향의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으며 아이슬러의 이념성은 쉔베르크와 멀어진 계기가 됩니다. 이 동안 아이슬러는 ‘뉴스 소재(News Items)’로 불리는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 냈으며 ‘뉴스기법’은 신문과 같은 형식의 작곡으로 가사는 실제 신문기사를 사용하기도 하는 기법입니다. 그의 음악은 사회운동에 사용되고 가사는 투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브레히트와의 공동 작업
한편 막스주의를 따르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d Brecht)와 서로 끌려 브레크트 작사/아이슬러 작곡의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동업은 브레히트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1933년 나치당은 이 둘의 음악을 금지하자 브레히트는 덴마크로 망명했으며 아이슬러는 유럽 많은 나라로 돌다 마침내 1938년 미국으로 망명합니다. 이때부터 망명시절 음악(Music in Exile), 헐리우드 시절이 지작됩니다.
미국 망명 시절
미국 망명 시절, 아이슬러는 영화음악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들 중 두 개의 영화가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터되지만,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한편 아이슬러는 베를린 시절 포기했던 쇤베르크의 12음계 기법으로 다시 시작했으며 ‘비를 그리는 14가지 방법(14 Arten, den Regen zu beschreiben, Op. 70)’을 작곡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미국은 1948년 아이슬러의 성향을 문제삼아 추방 명령을 내립니다. 아이슬러의 친구였던 영화인 찰리 채플린과 음악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아놀드 코플란드, 레오나드 번슈타인 등은 아이슬러의 추방을 막기위해 기금조성과 연주회까지 열었지만, 결국 추방됩니다.
구동독 애국가와 음악원
추방된 아이슬러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동베를린에 정착합니다. 구동독에 정착한 아이슬러는 쿠르트 투춀스키의 시를 바탕으로 카바레 스타일의 음악을 작곡하여 구동독 애국가로 사용됩니다. 2차대전후 베를린이 둘로 나눠지면서 음악 아카데미가 서독에 있던 관계로 동독에도 음악 아카데미가 설립되고 ‘한스 아이슬러 뮤직 아카데미’로 불립니다.
구동독에서 힘차게 활동을 시작한 아이슬러는 파우스트를 주제로 오페라를 작곡합니다. 하지만 1953년 새로운 독일, 민중의 대의와 반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공격을 받으면서 어두운 시절이 시작됩니다. 1956년 브레히트의 사망때까지 둘의 작업은 계속되었지만, 이후 우울증과 건강악화로 활동도 시들해졌으며 1962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브레히트 묘 옆에 묻힙니다.
아이슬러의 음악
때로는 카바레 풍의 음악, 때로는 쇤베르크적인 12음계의 음악, 때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그너, 쿠르트 바일이 잘 버무려진 특유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이 음악이 이 작곡가의 음악인가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다르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재즈와 카바레 풍이 섞인 음악과 민중 음악이 유명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시작하고 미국에서 완성하여 ‘헐리우드 송북(Hollywood Songbook)’으로 발표한 합창 교향곡, ‘독일 교향곡(Deutsche Sinfonie)’을 매우 좋아합니다. 교향곡이라기 보다는 합창곡이라 해야 할 정도로 합창 위주입니다. 곡은 11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브레히트와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 시를 바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요즈음 듣는 음악
최근 많은 시간 아이슬러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아이슬러의 음악을 처음 들을 때부터 느낌이 괜찮았지만, 음악을 들을 수록 아이슬러의 음악에 더 빠지게 됩니다.
요즈음은 차베스, 존 케이지, 아르보 패르트, 막스 리히터, 미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힌데미트, 야나첵,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등의 20세기 음악을 더 즐기고 있습니다. 동시에 바로크 음악을 듣게되는 이유는 옛 음악이 오히려 고전이나 낭만 시대의 음악보다 더 전위적이고 현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말러가 오히려 더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상한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바그너와 브루크너는 예외입니다. 고전과 낭만시대의 음악을 주로 들을 때까진 시간이 꽤 걸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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