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흐리고 추울 때면 아침에 참 일어나기 싫습니다. 그럴 때면 가끔 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비몽사몽간일 때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음악이 있습니다. 하이든 교향곡 101번 2악장입니다.
하이든 101번 교향곡 2악장 안단테
101번 교향곡은 ‘시계(Clock)’란 부제가 붙은 교향곡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연주가 효과적이진 않았습니다. 수많은 하이든의 연주를 들어 보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몽롱한 영혼을 달콤하게 현실 세계로 이끌어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하는 교향곡은 토마스 비첨의 로열필하모닉 연주가 유일합니다.
이 연주는 1950년대 말, 초기 스테레오로 녹음이 거칠다는 느낌이 듭니다. CD도 LP도 모두 거칠게 느껴집니다. 비록 녹음은 거칠지만, 음악은 놀랍게 달콤합니다. 연속적이고 단조로운 듯한 비트는 느리게 느리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달콤하게 느낍니다. 음악은 느리고 일정하게 귀를 통과하고 뇌를 지나 영혼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잠자리 속 몸은 편안하게 이완되고 행복감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 상태가 계속되진 않습니다. 느리고 달콤한 시계의 똑딱임을 지나 이어지는 합주는 ‘일어나세요,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라는 듯 내가 현실 속에 있음을 알립니다.
Haydn a la bonbon
토머스 비첨과 로열필하모닉은 영국의 연주답게 하이든의 런던시절 교향곡만 남겼습니다. 초기 런던 교향곡은 모노 목음이며 후기는 스테레오 녹음이지만, 모두 달콤합니다. 비첨 할아버지 특유의 아름답고 유머스런 연주가 하이든 음악에 담겨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바로크에서 고전으로 넘어가는 시대의 음악답지 않게 매우 세련되고 달콤한 연주이긴 하지만, 달콤한 음악, ‘bonbon’ 음악이라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아마도 하이든이 들었더라면 자신의 연주보다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어나기 싫은 아침, 리모콘이 있다면 토머스 비첨의 하이든 교향곡 101번 2악장을 눌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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