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중요하다. 너무나 중요하다. 방해받고 머리를 어지럽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생각하고 구상하고 뭔가를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기에 중요함을 넘어 나에겐 절대적이다.
당신은 당신이 원할 때 언제든 편하게 방해받지 않고 사색할 수 있는 당신만의 산책길이 있나요?
괴테, 베토벤, 이황, 등 뛰어난 인물들이 사색의 공간을 즐겼다는 것을 배웠으며, 그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우리가 누리는 뛰어남의 일부는 산책에서 비롯되었다 확신한다. 나는 이들 범주도 아니고 근접하지도 않으나, 그렇다 하여 나만의 방해받지 않고 편히 생각하고 느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순례길이 좋았던 것은 한달의 여정 대부분을 혼자서 숲을 걸으며 사색하고 또 사색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색과 더불어 간간히 사람과의 어울림은 순례길을 더욱 행복하게 했다.
오가는 사람과 자전거에 쉬 지치는 한강고수부지길, 상업화되고 자연을 느끼기 어려운 제주도 올레길, 각종 벌레에 시달려야 하고 걸을 수 있는 길인지 의심케하는 퇴계 이황의 산책길. 어느 한 곳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찾을 수 없음에 슬프다. 요즘 가장 자주 걷는 말죽거리공원 역시 쓰레기 냄새와 벌레의 방해, 그리고 간간히 만나는 사람의 냄새, 소음, 무례함에 불쾌함을 느낀다. 그나마 서울에서 그런 공간이 있음에 고맙게 생각하지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아님은 마찬가지다.
‘괴테와의 대화(Gespräche mit Goethe)’의 저자 ‘요한 페테 에크만(Johann Peter Eckermann)’이 괴테와 처음 만났을 때 괴테는 에크만에게 바이마르에 머물러 주길 요청하며 머물곳 주변에 산책길이 오십개 남짓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모두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며 방해받지 않고 사색할 수 있는 산책길’이라는 부가 설명을 한다.
어딘가 낯선 곳, 새로운 곳에 머무를 때 편하게 조용하게 사색하고 산책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찾거나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복잡하고, 북적이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공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에겐 자연과 조용한 산책로가 삶에서 필수라는 것은 꿈에서조차 생각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산다는 것, 서울에서 산다는 것, 방해받지 않는 산책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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