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보슬 내리니 산책하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시골 산책은 늘 강아지와 함께지만, 오늘은 왠지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강아지 플러스 아내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이곳 시골 산책은 언제나 좋지만, 비오거나 궂은 날씨일 때가 더 좋다. ‘비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곳 길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외지에서 놀러오는 사람이 지나는 강 따라 형성된 길은 옛날에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가파른 절벽과 강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이 길은 최근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다. 이제는 아스팔트까지 깔렸다. 다행히 길은 농암종택에서 멈추는 막다른 곳이라 여행철이 아니면 지나는 차량도 거의 없고 사람은 더욱 없다. 지방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절벽 아래는 정원처럼 가꾸어져 있다. 이 길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원래는 무척 아름다웠을 빼어난 경치를 지닌 곳이라 인공적인 만듦에도 안타까움을 애써 지우면 그럭저럭 걸을만하다. 정부지원의 정원 길을 700, 800미터 걷고 나면 길이 꺽이고 전혀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꺽인 이 길은 빠져나갈 때보다 들어올 때가 더 아름답다. 절벽이 아래는 강을 향하고 절벽은 강과 멀리 솟은 또 다른 절벽을 배경으로 지녀 매우 다른 전경을 펼친다.
오늘은 여느 때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가사리 마을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꽤 묵은 모습의 근대화 다리를 건너 형성된 마을과 그 마을 뒷편 중턱 이상까지 간간히 집이 자리잡고 있는 마을은 안정되고 평온함을 주는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 역시 새로운 건물이 하나씩 자리잡기 시작한다. 아마도 집을 짓는 건물주는 혼자 스스로만 예쁘다고 느낄 듯한 못생긴 건물이 지금 마술처럼 순식간에 완성되고 있다. 집의 입구는 영락없는 개집 모양의 아치로 지어졌다. 볼 때마다 사람이 아닌 개가 살 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무척 거슬리고 구토증을 일으켜 방향을 바꿔 곧바로 산 중턱 마을로 향했다.
걷는 길은 적당히 가파르고 평온하다. 마을을 따라 물이 흐르는 시내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사람이 만든 콘트리트로 인해 상상으로 콘크리트를 지워야 아름답다고 느낀다.
비는 내라다 말다를 반복한다. 오르던 중 한 분이 지게를 지고 내려오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곳 산 중턱에 사는 집이 몇채정도인지가 궁금해 물었더니 10 집 정도라 하신다. 시골의 느낌이 잘 느껴져 실례를 무릅쓰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여쭈었다. 웃음과 함께 가볍게 승락하신다. 그렇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조금 걷다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온다. 인사를 나누었더니 손에 든 봉지에서 복숭아를 가져가라 하신다. 사양했으나 극구 권해 두개를 꺼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오르면 오를 수록 구름이 가까워진다. 그러더니 어느새 밑에도 구름이 있다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폰을 보니 3.4킬로를 걸었다고 표시한다. 나는 더 오르고 싶었으나 아내는 발이 편치않다며 그만 내려가자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았다. 돌아가는 길 역시 가벼운 평온함이 이어졌다.
시골길 산책은 늘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벌레에 시달려야 하며 뱀을 신경쓰야 하고 보기싫은 인위적 모습을 피해야 한다. 그래도 이만한 산책로조차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불편함과 성가심을 애써 감추고 산책의 즐거움에 더 집중한다.
(아이폰 사진)
사진에서 시원한느낌이 들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