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더위를 먹었는지 세익스피어에 빠졌습니다. 우선 비극부터 볼 생각으로 햄릿부터 시작했고 지금 오델로를 보고 있습니다. 햄릿에 대한 생각이 다른 극으로 인해 희석되기 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 글로 옮깁니다.
세익스피어를 다시 읽으며 새삼 세익스피어 작품의 난해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처음은 고어라 어려웠고 고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시적 표현, 함축적 표현, 은유적 표현, 화려한 문체, 철학적, 이성적, 감성적 사고가 겹치니 정말 어렵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한글로 번역된 책을 놓고 영국에서 녹음한 오디오북과 함께 읽었으며 이어 영문을 보았습니다. 한글 번역판을 구하기 위해 강남의 Yes24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편하게 골라 이것저것 비교했습니다. 한글 번역? 햄릿이란 작품이 너무나 난해해 햄릿을 전공한 영문학자조차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운율이 있는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의 프로 극단에서 햄릿을 오랫동안 연기한 배우조차 햄릿의 구절, 단어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연기한 것이 아니라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어렵기에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된다면 언젠가는 직접 번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디오북
저에게 햄릿의 이해에는 오디오북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몇 개의 다른 버전을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것 중에는 1960년대 Paul Scofield의 햄릿 녹음이 좋았습니다. 덴마크 왕 Claudius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선한 느낌이 아쉽긴 했습니다만. 리브리복스의 녹음은 아쉽게도 좋은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Arkangel도 나쁘진 않으나 썩 당기는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햄릿 배우로 유명한 ‘Simon Russell Beale’, ‘Jonathan Pryce’, ‘Mark Rylance’, ‘Kenneth Branagh’, 등의 녹음이나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란 생각에 더욱 아쉽습니다.
햄릿의 극과 글에 매료되어 조금 흥분한 상태라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판본 이야기를 잠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햄릿 판본
햄릿이 출판된 첫 판본은 네 번 접을 수 있는 크기(quarto; 사절판)로 인쇄되어 책이 작습니다. 현재 단 2권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첫 판본을 일부 사람은 ‘Bad quarto’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유는 이어 출판된 ‘Second quarto’나 두 번 접는 크기(Folio; 이절판)의 ‘First Folio’ –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판본 – 에 비해 내용이 2분의 1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첫 판본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판본에는 무대 지시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극의 진행이 빠르고, 현재의 조금 길고 지루한 연극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또한 있어 언젠가는 첫 판본이나 각색된 판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다’가 유명한 이유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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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무엇일까요. 햄릿뿐 아니라, 셰익스피어 작품, 영어로 쓰여진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문장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햄릿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찾던 중, 매우 흥미로운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볼테르(François-Marie Arouet; Voltaire 필명; 1694-1778)는 30대에 영국에 3년간 머무르며 편지 형식으로 기록을 했습니다. 이 글은 이후 1734년 ‘철학편지(Lettres Philosophique)’로 출판되었고 50년 후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한 유명한 책이죠.
볼테르는 1724년 이 철학편지의 18번째 글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유명한 방백(soliloquy)을 번역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햄릿의 생각을 보여주고, 나아가 유럽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볼테르 덕에 햄릿의 대사는 급속히 18세기 유럽으로 번졌고 프랑스와 다른 유럽에서도 번역하기 시작했으며, 독일에서는 철학자 ‘Moses Mendelssohn’, 시인 “Wieland’과 ‘Schlegel’ 등이 독일어로 번역을 했습니다.
아마도 볼테르가 이 방백(soliloquy)를 번역하고 소개함으로써 프랑스와 유럽으로 펴진 것이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합니다.
햄릿 번역은 프랑스어, 독일어로도 어렵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국내의 어느 영문학자께서 영어의 운문을 한글로 옮기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을 인터뷰한 것을 보았습니다. 절대 공감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어나 독일어로는 ‘To be or not to be’를 단어로 그대로 바꾸면 되니 번역이 쉽다고 하더군요.
프랑스에서의 분석은 전혀 다릅니다. 영어는 앵글로-색슨 계의 언어입니다. 독일어는 영어와 흡사하나 라틴어 계열의 프랑스어는 일면 매우 다릅니다.
셰익스피어는 극의 많은 부분을 ‘약강의 다섯마디리듬(iambic pentameter)’을 사용하여 글을 썼습니다.
단음절이 많은 영어는 이런 것이 가능하나 영어와 다른 라틴어 계통의 프랑스어는 운율에 맞게 옮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편 독일어 역시 영어와 같은 앵글로-색슨 계통이라 오히려 프랑스어보다는 운율을 맞추기가 쉬울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볼테르 프랑스어와 멘델스존의 독일어 번역
볼테르의 프랑스어 번역
볼테르는 운율의 형식보다는 의미에 더 중점을 둔 번역입니다. 그러나 영어와 같은 운율은 아니나 운율이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C’est Hamlet, prince de Danemark, qui parle :
Demeure; il faut choisir, et passer à l’instant
De la vie à la mort, et de l’être au néant.
Dieux justes ! s’il en est, éclairez mon courage.
Faut-il vieillir courbé sous la main qui m’outrage,
Supporter ou finir mon malheur et mon sort?
Qui suis-je ? qui m’arrête ? et qu’est-ce que la mort?
C’est la fin de nos maux, c’est mon unique asile ;
Après de longs transports, c’est un sommeil tranquille;
On s’endort, et tout meurt. Mais un affreux réveil
Doit succéder peut-être aux douceurs du sommeil.
On nous menace, on dit que cette courte vie
De tourments éternels est aussitôt suivie.
O mort ! moment fatal ! affreuse éternité!
···
멘델스존과 슐레겔의 독일어 번역
Sein oder Nichtsein ; dieses ist die Frage !
Ist’s edler, im Gemüth des Schicksals Wuth
Und giftige Geschoss zu dulden ; oder
Sein ganzes Heer von Qualen zu bekämpfen,
Und kämpfend zu vergehn ?– Vergehen ? – Schlafen !
Mehr heißt es nicht. Ein süfser Schlummer ist’s,
Der uns von tausend Herzensangst befreit,
Die dieses Fleisches Erbtheil sind.
···
Sein oder Nichtsein ; das ist hier die Frage :
Obs edler im Gemüt, die Pfeil und Schleudern
Des wütenden Geschicks erdulden oder,
Sich waffnend gegen eine See von Plagen,
Durch Widerstand sie enden ? Sterben – schlafen –
Nichts weiter! Und zu wissen, daß ein Schlaf
Das Herzweh und die tausend Stöße endet,
Die unsers Fleisches Erbteil, ’s ist ein Ziel,
Aufs innigste zu wünsch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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