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포털에 공개된 중국산 ‘부적합’ 식품 내용을 보면, 이달 8일 들여온 염지란(양념을 넣어 가공한 알 제품)에서는 세균이 무려 1억4000만 마리 검출돼 기준치(5만 마리)의 2800배였다. 지난 7월 수입된 중국산 양념깻잎에선 대장균이 320마리 검출돼 기준치(10마리까지)의 32배였다. 식약처 발표대로라면 최근 빚어진 ‘살충제 계란’은 한 번에 126개까지 먹어도 될 만큼 위해도가 크지 않은데, 이보다 자칫 더 위험할 수 있는 식품들이 국내에 들어올 뻔했다는 것이다. ···
식품이 문제다.
음식을 통해 좋은 기운을 얻기도 하지만, 나쁜 기운을 얻기도 한다.
음식을 통해 건강해지고 아픈 것도 낫기도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고 아픔이 심화되고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좋은 음식에 대한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으나 생각에 따라서 혹은 형편에 따라서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는다는 것은 어렵다.
진정 식품이 문제다. 큰 문제며 심각한 문제다. 오늘도 인터넷에서는 위생상 문제가 큰 식품에 관한 관련기사가 올랐다. 여지없이 나쁜 식품에 대한 비난의 방향은 ‘수입업자’다.
“수입 업자들이 무조건 싼 것만 찾다 보니 위생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저품질 수입품이 종종 적발된다”
– 식품전문가
“중국산 식품 전체에 편견을 갖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나쁜 식품을 골라 들여오는 수입업자에게는 책임을 강하게 묻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일부 – 혹은 많은 – 수입업자에게 책임이 크다는데 나도 공감한다. 단순히 이윤만을 위해 더 값싼 제품을 수입거나 심지어 유통기한까지 고치는 수입업자도 있다. 요즘은 모르겠으나 실제로 수입업자들이 천박하고 야비한 수법으로 돈을 벌는 경우를 보았으며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런 저급한 수입식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유통되는 것에 이들만 책임이 있을까?
아니다. 소비자에게도 꽤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더 싼 제품, 더 싼 식당, 더 많은 반찬을 주는 식당을 찾고 파워블로그들이 자랑하는 상황이라면 수입업자나 식당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기회주의적인 수입업자는 활개칠 것이다.
커피 등 일부 제품이 가난한 국가의 농민이 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Fair Trade’를 강조한다. 이는 가난한 국가의 노동자만이 아니다. 우리의 부모님이 경영하는 작은 밥집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고 영세한 식당의 운영자들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지닌 분들이 아니다. 단순한 노동에 기대어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많다. 손님은 더 싼 밥을 원하고 이윤은 거의 없으니 값싼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곳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하며, 더 현명하고 합당한 판단을 해야 한다.
점심으로 구수한 향이 가득한 잘 지은 밥 한그릇과 반찬 몇 가지에 8천원, 만원을 낼 마음이 있을 때 중국산 저급한 식재의 수입이 줄 것이다. 놀라운 가격의 편의점 도시락의 판매가 줄고 사라질 때 중국산 저급한 식재의 수입이 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식당이 만원짜리 단순한 점심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싼 가격의 식당은 여전히 있어야 할 것이나, 좀 더 많은 사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합당한 가격을 내고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점심값으로 만원이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것이라도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들고 다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회사 직원 몇 명이 둘러 앉아 먹는 도시락은 저급한 품질, 정성이 사라진 음식과는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중국산이 모두 나쁜 재료는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많은 전문가들은 ‘유기농의 보고’가 중국이라 평가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시골밭에는 비닐 멀칭도 없고 잡초와 함께 자라는 작물을 꽤 많이 보게된다. 우리와 경작 상황과 비교할 때 더 자연스럽게 경작을 하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비닐멀칭을 하지 않은 밭은 찾기 힘들다. 시골집 작은 밭에 농사를 처음 지을 때 지나가는 주변사람들이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다며 때로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리석음에 비웃음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멀칭용 비닐은 만져본 사람은 알겠지만, 검정색 비닐로 보기도 별로 좋지 않지만, 냄새가 역하다. 품질이 매우 나쁜 비닐이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햇빛이 강하게 내려쬘 때 멀칭비닐에서 환경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면 그 비닐에 속 흙도 깨끗하기 어려울 것이며 그 속에서 자란 채소나 곡물이 우리 몸에 좋을리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 친환경 농산물과 비닐멀칭은 관계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정색 비닐 속에서 자란 친환경 농산물을 우리는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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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미숙한 사고로 인한 피해는 살충제 계란만이 아니다. 우리가 더 생각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않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는 곳곳에 있을 수 있다. ‘중국산’은 모두 나쁘고 ‘국내산’은 모두 좋다는 이분법적인 판단은 피해야 한다. 우리의 농산물이란 이유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
소비자가 합당한 생각을 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때 중국산 저급한 식품이 사라지고 품질 좋은 식재가 수입될 것이며 저급한 식재에 대한 이야기는 잦아 들것이다. 저급 수입식품의 파기, 나쁜 수입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할 것이다.
‘Fair Trade’는 커피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식재료, 모든 식당, 매 순간, 매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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