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의 대화(Gespraäche mit Goethe)’에서 저를 한참 생각하게 만든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인 엑케만(Johann Peter Eckermann; 1792-1854)은 자신과 성향이 다른 사람은 피하고 유사한 사람에게는 아주 잘 대해주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괴테는 이러한 에케만의 성향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권하는 좋은 말을 합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에 있습니다.
저 역시 사람을 가리는 편이며, 저와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존중하지만, 인성, 생각, 행동이 나쁜 사람은 피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를 포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이 내용은 저에게 아주 솔깃했습니다. 여러번 읽는 동안 괴테의 충고를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괴테가 유명하지 않았고 독일이 아니라 한국이란 사회, 지금의 한국에 살았더라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충고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개인적인 답은 부정적입니다.
합리적인 대화가 어려운 사회,
동문서답이 현답일 수 있는 사회,
거짓말에 너그럽거나 선의로 둔갑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가 추락했거나 혼란스러운 사회,
천박한 사고, 말, 행동이 대중에 각광받는 사회,
상식이 통하기 어려운 사회,
정의와 불의가 구분없는 사회,
아부가 실력이 되는 사회,
돈과 권력이 최고의 선으로 둔갑한 사회,
내재된 개인의 특징은 사라지고 겉모습과 타이틀이 판단 기준이 된 사회,
이런 사회의 개인을 연구하고 깨우쳐 성실한 대화를 잇는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천하의 괴테라도 이러한 특질로 굳어지고 다른 사고로의 길이 꽉 막힌 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하고 어울린다는 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위와 같은 특질을 가진 사회에서 이성적인 대화를 원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여겨집니다. 드물게 이성적 사고와 대화가 가능한 이들이 있으나 너무나 제한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현실이 무척 아쉽습니다. 짧고 부족한 저라 섯부른 판단은 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 저의 생각은 괴테의 충고는 우리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괴테 스스로도 자신에게 적용했고 에케만에 했던 충고처럼 대한민국의 사회에서는 쉽게 통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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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가 사서 보고 있는 책은 민음사의 번역서입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이 많아 일부는 원서가 필요했습니다. 아쉽게도 독일어 원서를 구하기 어렵고 해서 영어 번역본으로 대신하니 이해는 더 쉬웠습니다.
아래는 위의 내용과 관련한 저의 번역입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또한 저는 늘 사람과 어울릴 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드러내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을 찾으려 애씁니다. 저와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저의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관계를 맺고 싶지않습니다.”
“자네의 그러한 본성은” 괴테의 답이 이어졌다. “사실 사회적인 모습이 아니네; 그렇다면 배움(culture)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일겠는가. 만약 우리의 태생적 성향을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맞추길 바라는 것은 과하게 어리석은 일일세. 나는 누가 나에게 맞추기를 전혀 바라지 않았다네. 나는 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독자적인 특질을 지닌 한 명의 인간으로 여겼으며, 개인의 모든 별의별 특징을 연구하고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었다네. 하지만 확대해 동질성을 찾기를 바라지는 않았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지금껏 모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했었고, 이것만으로도 나 스스로 사람의 다양한 성격의 배울 수 있었으며,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숙한 대처법을 깨칠 수 있었다네. 자신과 다른 다양한 성격을 지닌 개성들은 늘 상충되기에 헤쳐나갈 수 있게끔 자신의 역량을 모아야 하며 우리에 내재하는 여러 면모를 끄집어 내고 발전시켜, 어떤 상충되는 사람과도 대적할 수 있다고 느끼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네. 자네도 그렇게 해보게나.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네. 자네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조건 이 거대한 세상에 빠져보게나.
나는 선의가 담기고 자상한 괴테의 말을 주의깊게 잘 새겨들었으며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And then,” continued I, “I usually carry into society my likes and dislikes, and a certain need of loving and being beloved; I seek a nature which may harmonize with my own; I wish to give myself up to this, and to have nothing to do with the others.”
“This natural tendency of yours,” replied Goethe, “is indeed not of a social kind; but what would be the use of culture, if we did not try to control our natural tendencies? It is a great folly to hope that other men will harmonize with us; I have never hoped this. I have always regarded each man as an independent individual, whom I endeavoured to study, and to understand with all his peculiarities, but from whom I desired no further sympathy. ” In this way have I been enabled to converse with every man, and thus alone is produced the knowledge of various characters, and the dexterity necessary for the conduct of life. For it is in a conflict with natures opposed to his own that a man must collect his strength to fight his way through, and thus all our different sides are brought out and developed, so that we soon feel ourselves a match for every foe. You should do the same; you have more capacity for it than you imagine; indeed, you must at all events plunge into the great world, whether you like it or not.”
I took due heed of these good, kind words, and determined to act in accordance with them as much as 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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