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입니다. 재미있거나 감명을 받은 영화가 아니어서 글을 올릴까 말까 망설였지만, ‘Regina’님께서 영화를 본 후 꼬뜨뒤론 지역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셨다는 말씀에 음식과 와인에 촛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시작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 무척 큰 기대를 안고 보았습니다. 다이안 레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 ‘Under the Tuscan Sun (2003)’의 행복한 기억이 남아 있는 터라 다이안 레인의 ‘투스칸의 태양 아래‘ 프랑스편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Under the Tuscan Sun’은 Frances Mayes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되어 내용과 구성이 좋고,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이 잘 담겨진 기억에 오래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Paris Can Wait’는 시작부터 실망스러웠고 실망은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던 도중 영화를 끝까지 봐야하나 하는 고민마저 해야 했습니다. 아내의 표현처럼 마치 한국 공무원이 제작에 참여한 듯한 어색하고 부자연스런 홍보 영화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만약 한국 공무원이 지금의 이 글을 본다면 분명 기분 나쁘겠으나,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온전히 저나 아내만의 잘못은 아니겠죠? 객관적으로 볼 때 ‘똑똑한’ 사람이 모인 집단이니 언젠가는 정부의 멋진 홍보를 기대하겠습니다.
깐느에서 파리까지(약 700krm)는 규정 속도(시속 130km)를 지키더라도 자동차로 대략 6, 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구형의 오래된 예쁜 푸조(Peugeot) 자동차를 등장시키며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우연을 늘어놓으며 프랑스 홍보를 시작해 며칠에 걸친 여행으로 만듭니다. ‘파리는 기다릴 수 있다(Paris can wait)’는 제목처럼. 물론 파리는 기다릴 수 있고 파리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할지라도, 너무 뻔하고 어색한 우연으로 말미암아 프랑스 공무원의 화신, 남자 주인공의 부연설명은 듣고 있는 것조차 불편합니다. 평범한 일상의 장소와 영상은 좋게 볼 때 프랑스의 가볍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경치만 골라 멋있지 않게 영상으로 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장면과 경치라는 면에서 볼 때, 프랑스의 다양한 풍광과 건축물 역시 아름답게 담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음식은 가끔은 좋은 내용이 있긴 하나, 대부분 식당 전용 요리가 주를 이루었으며 와인은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돈을 꽤 써야 하는 것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와인과 음식의 매칭도 혼란스럽습니다. 첫 장면부터 이상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뭐라 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이지 않은, 예상치 못한 매칭이 나옵니다.
이탈리아 프로슈토와 깡따루프 멜론과는 매우 매우 잘 어울리고 맛이 뛰어나지만, 영화는 이탈리아 프로슈토 대신 바이욘 햄을 등장시킵니다. 바이욘의 돼지는 매우 거대하고 기름이 많아 프로슈토 디 파르마 식의 백지장 두께보다는 조금 더 두춤하게 고기처럼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프로슈토 디 파르마의 두께보다는 바이욘 햄의 두께서 설어 나왔습니다. 이 어울림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지만, 파르마 햄은 얇게 자를 수록 더 맛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햄을 대신하여 프랑스 햄으로 구성한 것은 조금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캉타루프 메론은 우리나라 머스크 메론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도가 아주 뛰어나며 즙이 많을 때 햄과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에서는 메론 바깥의 푸른 껍질과 함께 바깥이 꽤 포함되게 잘랐습니다. 어쨌든 바이욘 햄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반면 와인은 화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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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우연과 남자 주인공의 불편하고 의도에 따른 영화의 흐름, 뛰어나지 않은 풍광, 고개를 까우뚱하게 만드는 와인과 음식들, 저에게는 대체로 거의 모든 것이 불편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시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프랑스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그렇겠구나, 멋있다,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꽤 괜찮은 영화로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 관점에서 볼 때, 좀 더 나은 영상과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큰 영화였습니다. 더욱이 감독이 프란시스 코폴라의 부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자산을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보는 내내 아쉬움과 의문이 계속되는, 저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에 등장하는 음식과 와인
와인
- Chateau-neuf-du-Pape, Red 샤또뇌프뒤파프 레드
- Condrieu, White 꽁드리유 화이트
- Cote-Roti, Red 꼬뜨로띠 레드
- Hermitage, Red 에르미타쥬 레드
- Domaine Dagneau, Cuvee Silex 2012, White 도멘느 다그노 뀌베실렉스
음식
- Melon + Bayonne ham 캉타루프 메론과 바이욘 햄
- Dorade royale + fondue poireaux 파를 곁들인 돔요리
- Escargo 달팽이 요리
- Potato with duck oil 거위 기름 감자
- Morel 모렐 버섯
- Tartare Tomate + Truffle oil 트러플 오일을 뿌린 토마토 타르타르
- Fillet de rouget barbet 열기 요리
- Crepe with Britanny butter 브러타뉴 버터 크레페
음~
영화에 대한 의견은 개인취향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fact 를 기준으로 하면 이 영화는 1박2일입니다.
나오는 와인/음식등은 개인취향이나 fact는 주인공들이 선택하거나 마신 와인라는것(좋다 나쁘다의 평론이 아니라 개인취향(감독의 취향)으로 관객은 취사 선택하면 되는 것임
sns가 발전하면서 여러 의견은 참 중요하지만 적어도 fact를 기준으로 팔로어가 취사 선택 하가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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