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도하는 단식이라 많은 혼란이 있었다. 단식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시작했고, 단식에 관한 정보는 단식에 들어간 후에 찾기 시작했다.
단식에 관한 글 대부분 느낌은 힘든다는 것이었다. 간혹 괜찮다는 글도 있었으나 드물었다. 나는 단식이 동양문화의 유물이란 생각으로 주로 국내 자료를 중심으로 찾았으나 기분 나쁜 형식의 글이 많았다. 내가 알려줄게, 이래야 한다, 등의 선지자가 가르치고 선생이 강요하듯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 많았다. 그렇잖아도 단식으로 심신이 약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단식 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이란 표현에서 단식에 관한 표준이나 정보가 국내에서 축적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서양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간헐적 단식’이란 표현은 뜻이 선뜻 와닿지 않기도 하지만, 이 어색한 표현은 순수한 한글식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에 우선 떠오르는 영어 단어는 ‘intermittant fast(ing)’이었다. 그리고 외국 자료를 찾았다.
외국에서는 단식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고 있었고 국내도 그대로 따르는 듯하다.
간헐적 단식 / 중·장기 단식
‘Intermittant fast(ing)’의 간헐적 단식이란 한글표현이 계속 걸린다. 그래서 혼자 다른 표현을 생각했다. ‘간헐적 단식’보다는 ‘주기적 단기 단기’이라 부르고 싶다.
‘Prolonged fast(ing)’는 장기라기 보다는 보다 짧은 중기까지 포함하는 듯하니 ‘중· 장기 단식’이나 ‘긴 단식’이란 표현이 나을 듯하다.
5일 간의 단식 경험
5일 단식이 끝나고 식사를 시작한 지 4일째다. 조심하는 3일이 지났다. 술을 포함해 많은 음식을 먹었으니 이제 단식 후 어려운 기간은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단식과 단식 후의 경험을 기록한다.
단식 기간 중, 에너지 상태
먹지 못하니 에너지가 부족해 힘들 것이란 생각을 했으니 그렇지 않았다. 단식 5일 정도라면 평소처럼 활동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활동을 조심했으나 지나고 보니 조심하지 않았어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식 5일 째, 산책을 나섰다. 런닝, 목티셔츠에 가을용 면 겉옷을 입고 나섰다. 오후지만, -13도를 가리킨다. 매우 춥다. 그러나 걸을 예정이니 비록 옷이 빈약하지만, 조금 후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으로 걸었다. 처음에는 조심해 걸었다. 행여나 어지러워 쓰러질까 걱정하며. 그러나 어지럽지고 않고 걸음이 가볍다. 추위만 문제다. 그리고 언덕에 오르니 조금 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매우 매우 춥다. 바람의 차기가 다르다. 그러나 걷기가 가뿐하니 돌아가기 보다는 계속 걸었다. 아마도 며칠 살이 조금 빠진 듯, 걷기가 편했고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4.8킬로, 49계단, 8,478보를 걸었다.
아주 긴 단식을 하지 않아 모르겠으나 5일 정도의 단식이라면 정상적 생활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식 중 식사, 물, 차, 소금
단식 중 나는 일체의 음식은 먹지 않았으나 적당량의 차를 마셨다.
물 보다는 대부분 차를 마셨다. 가능하면 무엇이든 최소한이 되도록 베르벤느를 하루 한 잎 혹은 두 닢으로 종일 연하게 우려 마셨다. 차를 마신 이유는 물을 미지근하게 하면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량의 차로도 포만감이 꽤 있었고 배고픔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소금은 별도로 섭취하지 않았다. 미량 섭취한 염분이라면 소금 양치를 하기 때문에 극미량을 섭취했을 수 있다. 소금을 섭취하지 않았으나, 5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기 때문인지 신체의 변화나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단식 후의 식사
단식 후 첫 식사
낮 12시에 단식이 끝나 단식 후 첫 식사를 점심에 먹었다.
보통 ‘보식’이라 일컫는 단식 후의 식사는 단식보다 더 어려울 정도의 수양에 가까운 식사를 요구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국내는 대체로 ‘미음’과 같은 죽보다 묽은 식사가 일반적이었다.
서양에서의 단식 후 식사는 대체로 과일, 야채 쥬스를 권하고 있었다.
나의 첫 식사는 야채 미음이었다.
신선한 야채가 없기도 하여, 가지고 있는 재료로 죽으로 끓여 먹었다. 동,서양 혼합이었다. 야채를 잘게 자른 죽에 미리 만들어 두었던 미음 두 수저를 넣았다.
야채 죽이지만, 미음 두 수저를 넣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 떠나질 않는다. 야채 죽을 매우 적은 양으로 먹었으나 굶은 상태에 갑자기 당 위주로 공급했다는 후회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죽이나 미음 등으로 탄수화물을 공급하거나 겨울 뿌리 채소를 익혀 당을 공급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음이 아니라 효소와 균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식 후 비워진 속이 적응하는 것도 좋지만, 단식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건강적 효과, 즉 장에 좋은 균이 자리하고 많은 효소로 채워 신체의 화학적 작용과 신진대사(metabolism)가 효과적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현재 빈 속에 채워야 할 것은 미음이나 죽을 통해 당 위주의 영양분을 공급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효소와 좋은 균(probiotics)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저녁 전과 저녁에 먹을 것을 기존의 이론과 완전히 다르게 바꾸었다.
그러자 눈에 맛있는 사과가 먼저 눈에 들어왔으나 두 번째 단식 후 식사이자, 저녁 전 간식으로 산이 강한 사과는 무리일 듯해 대신 야콘을 날로 먹었다. 그리고 작은 붉은색 돼지감자, 고구마 등을 아주 적은 양으로 먹었다. 양이 너무 부족해 점심에 남겨 두었던 야채 죽을 먹었으나 날 고구마 단 것과 비하지 못하게 달아 중간에 중단했다. 이래서는 안돼겠다는 생각으로 수퍼에 가서 플레인 요구르트와 땅콩을 샀다. 우리나라 요구르트는 이름만 플레인이지 전혀 플레인이 아니다. 신맛이 부족한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너무 너무 단맛은 ‘플레인’이란 이름이 무색하고 황당할 정도다. 단맛을 줄이기 위해 여름 텃밭 바질로 만들어 둔 바질 소스를 두 스푼 넣어 섞어 먹었다. 그래도 단맛이 돌출되었다. 요구르트 하나 제대로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났다. 그리고 땅콩 한 줌을 먹었다. 디저트로는 2년 된 묵은지 김치를 물에 행궈 먹었다. 그리고 약간의 에멘탈 치즈도 함께 먹었다. ^ ^ 너무 맛있다.
날 돼지감자, 날 고구마, 생 파파야, 야채 죽, 요구르트 + 바질소스, 묵은지 생김치, 에멘탈 치즈
단식 후 둘째, 셋째 날 식사
둘째 날에는 샐러드, 닭고기 수프와 닭고기, 치즈를 듬뿍 얹은 리조또를 먹었다.
셋째 날에는 거의 평소와 다름 없는 식사를 했다. 단지 아직 많은 양에는 익숙치 않은 듯해, 양만 크게 줄였다. 저녁에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빵도 먹었다. 버터를 듬뿍 얹어 먹었다. 그리고 아들과 친구가 와 함께 맥주까지 한 잔했다. 양은 뭐든 아주 적게 먹었다. 적게 먹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들기 때문이다.
단식 후 셋째 날, 단식 후 처음 마시는 맥주
주제와 벗어나지만, 맥주 이야기를 하고 싶다.
셋째 날 저녁, 맥주는 그롤쉬와 호가든을 아들이 사와 둘을 마셨다. 마시는 동안 이들의 단맛이 너무나 강함을 새삼 느꼈고 문제는 마시면 마실 수록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맥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독일의 생맥주가 좋아 미친 듯 독일 이리저리 헤매던 기억이 떠올랐고 단맛 쓴맛이 조화롭고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었고 톡 쏘는 짜릿함과 신선함이 있어 맥주가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 그 모두를 잊고 순응해 아무 맥주나 마시고 있는 내 자신을 새삼 발견하게 된 셈이다. 마치 열처리한 달고 맛없는 막걸리를 한국산 막걸리라며 독일에서 즐기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느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맥주에 사용된 물이 걱정되는 맛없는 국내산 맥주와 정통 맥주의 맛, 향, 상쾌함을 느낄 수 없는 느끼한 열처리 수입맥주 외에는 선택이 없음이 아쉽다. 국내 작은 브로이 맥주를 모두 마셔본 것은 아니나, 지금껏 받아들일 만큼 수준의 맥주는 발견하지 못했으니 더욱 아쉽다.
단식 후 넷째 날, 커피
커피는 이상하게 당기지 않았다. 넷째 날이 되어서야 커피를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았다. 그런데 거의 열흘간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커피의 쩐 향이 있어 한 모금 후 버렸다. 제대로 뽑아 마셔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아 멈추었다. 많이 마실 때는 하루 스무 잔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정도로 나의 커피 사랑은 적지 않음에도 신기하게 도 단식 후에는 아직까지 크게 당기지 않는다.
단식 후 밥
평소에도 밥과 반찬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고 주식이 아니라 별식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기때문에 밥과 반찬이라는 당연한 식사는 단식 후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단식 후 볼 일
단식하는 동안 뭔가를 먹어 속을 비운다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나 그 자체도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먹고 속을 비우지 않았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도 거의 먹은 것이 없었으며 그 마저도 토한 후라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매일의 행사를 일 주일이 아니라 거의 열흘 가까이 하지 못햇으니 내심 걱정은 되었다. 엄청난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보식 후 넷째 날 아침, 신호가 왔다. 걱정과 달리 평소와 다름 없었다. 아마도 효소와 프로바이오틱스 중심의 식사, 치즈, 빵, 맥주 등, 다양한 발효 음식을 먹은 덕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한다.
5일 단식과 단식 후 식사 4일 마무리
글 쓰고 있는 밤 현재, 속이 아주 편하다. 단식 중에도 단식 후에도 속에 문제기 없었고 불편한 느낌조차 없다.
단식 후 보식이라 일컫는 식사는 개인적으로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효소와 프로바이오틱스 중심의 식사를 택했다.
채소와 발효 음식 등이 빈 속에 가장 필요할 것이라 판단하고 행하여 장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주기적으로 행하는 단기 단식, 혹은 7일 이상의 긴 단식도 이미 머리 속에는 그려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SBS스페셜 정겨운 작가입니다.
저희는 내년초 2부작 방영예정으로
식사 시간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생체 리듬에맞는 건강한 생활 방식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후기와,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신지 등
궁금한 점들이 많이 있는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화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01035278293 정겨운 작가 이 번호로 연락을 주셔도 좋고,
편한시간 문자 주신다면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꼭!연락 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