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골생활 후,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며 달라진 것은 금전적 부족으로 인해 소유하고 싶었던 것을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큰 단위의 것은 해결할 수 없지만, 터무니없을 정도의 적은 돈에 힘들어하진 않게 되었다. 적어도 천 원 한 장의 부족으로 힘들진 않다. 일을 시작하고 운 좋게도 경제적인 것은 나아지고 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6, 7일을 정말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 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열심히 한다고 모두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큰 것을 제외하고 필요한 것을 어느 정도 모두 갖춘 느낌이 드니 뭔가 허전하다.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지만, 더 필요한 뭔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공허함이 밀려든다. 허하다. 뭔가 뚫린 듯, 마음 한쪽이 빈 느낌이다. 최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것이 이런 공허함을 채우려는 출구는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시골에서의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확인한다. 상대적으로 빈곤했고, 상대적으로 풍족했음을 느낀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예전의 풍족함이 사라졌고, 대신 예전에 느끼지 못한 마음의 풍족함을 만끽했다. 그 무엇보다 어디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을 시골에서 배웠다. 이루 말하기 어려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잘 알고있다.
돈으로 피상적이고 물질적인 것은 채울 수 있으나, 속까지 채우지는 못한다. 일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하고 있는 책이 그나마도 마음의 빈칸을 조금 메울 수 있을 듯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채우고 또 채울 수 있는 고행, 육체적으로는 힘드나 마음이 풍만할 수 있는 순례길이 아닐까 싶다. 언제일지 모르나, 순례길에 다시 오르는 것은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픈 일이다. 순례길이 답을 주거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과 세상을 생각하고 살펴보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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