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기상청보다 아이폰 날씨앱
새벽 2시 일을 끝내고 정리 후, 3시 남짓에 설악산 한계령휴게소를 향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설악산안내소에 전화했을 때, 며칠간 비가 전혀 없었으며, 기상청 일기예보는 흐리고 맑음이라 비의 징후는 없지만, 아이폰 날씨는 새벽 2시 비가 내리는 것으로 표시되어 대한민국기상청보다 아이폰 날씨 앱을 믿고 설악산으로 향했습니다. 비 내린 후의 구름있는 설악산을 기대하고 출발했습니다.
한계령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인제에 들어서니 어둠이 걷히고 도로가 보입니다. 도로는 젖어있습니다. 젖은 도로를 달리며 마음이 급해집니다. 새벽도로는 막힘 없어 5시 조금 넘어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차하려 휴게소로 들어가려했으나 아침 9:30분에 휴게소주차장을 오픈하는 표시가 보입니다. 아마도 등산객이 온종일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작 저도 차를 주차할 수는 없으나 많은 사람을 위한 합당한 조치라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 주변에 주차할 곳이 있어 안전하게 주차했습니다. 짙은 어둠은 걷혔으나 여전히 어둡습니다. 비가 내렸는지 깨끗하고 차분하니 출발하기 좋습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중청까지
한계령휴게소에서 중청까지 길은 비교적 쉬울 것이라 예상했으나 곳곳이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 많았습니다. 쇠봉을 잡고 오르는 것만 없을 뿐이지 일면 공룡능선보다 더 힘든 뽀족바위길도 있습니다. 잠을 거의 자지못하고 일을 마친 후 바로 출발해서인지 졸며 걸은 시간도 있어 쉽지않은 길이었습니다. 다행이 원하는만큼은 아니지만, 구름도 산에 걸치는 순간도 있어 걷는 동안 아름다운 장면을 즐기며 느리게 걸은 셈입니다. 물론 빨리 걷지도 못하지만… 중간에 휴식겸 식사시간이 늘 길어 앞으로는 걸으며 먹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대청봉
중청휴게소는 쓰레기 더미가 눈길을 자꾸 끕니다. 그래도 커피 한 잔이 아쉬워 들어갔더니 영업을 하지않습니다. 그래서 곧장 대청봉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600미터가 처음에는 지겨운 듯하더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느낌입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으나 나름 쇼를 하는 사람이 많아 사진 몇장 찍은 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원했던 코스는 소청, 희운각대피소를 거쳐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즐기며 걸어, 대청봉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렸기에 오색분소로 내려가는 길로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대청봉에 적힌 높이는 1,708미터이지만, 올트레일 GPS에선 1,698미터가 최고로 찍혔습니다.
대청봉에서 오색분소로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올라오신 분들이 4~5시간 걸렸다기에 3-4시간이면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과는 5시간 걸려 오색분소(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중간 헬기구조용기구들이 너무나 많은 것으로 보아 사고가 잦은 구간으로 추측합니다. 오늘도 사고가 있었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헬기가 뜰 수 없었다는 소식을 대청봉으로 향하던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 내려갔습니다.
우연한 행운, 안개/구름
많은 블로그에서 대청봉과 오색사이에는 경치가 별로 없다고 했으나, 숲이 좋고 나무가 좋아 즐기며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또한 중간에 짙은 안개/구름이 몰려 무척 흥분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짙은 안개가 곂친 나무, 돌, 숲은 숨막힐 듯 환상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15살의 코닥카메라는 중요한 순간, 배터리 없음 표시가 나왔고 가져간 배터리 둘 모두 힘을 쓰지못해 아이폰으로 환상을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폰은 찍은 즉시 아이폰화면으로 보면 멋지지만, 집에 돌아가 큰 화면으로 보면 늘 실망했기에 아쉬움 가득안고 안개와 숲을 아이폰으로 담았습니다.
중간에 저희가 추월해 지나친 등산객 모두 다시 저희를 추월해 지나갑니다. 그러고서도 오랜시간 안개 속에 느리게 느리게 걸었습니다. 사진만이 아니라 그 순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지금보는 그 느낌과 감동은 아이폰으로 담을 수 없거나 왜곡되게 담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 장면을 평면에 가두고 나중에 다시, 오래 누리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웠습니다.
힘겹게 마무리
설악폭포가 가까워지며 안개는 사라졌고, 설악폭포에 대한 미련이나 감흥이 없고 또한 체력방전으로 지나치며 눈길만 주었습니다. 얼마후 무릎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며 쉬거나 매우 조심해 느리게 걸어야 했습니다. 한참 후 물 500밀리를 아내에게 넘기고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무거운 코닥카메라를 배낭에 넣으며 무릎에 충격이 더 가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색에서 대청봉 구간이 매우 힘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려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코스였습니다.
오색분소 도착 200미터 전, 사람들이 발을 담그는 장면에 저희도 잠시 발을 담궜습니다. 아마도 계곡물에 발을 담근 기억이 20년도 넘는 듯합니다. 오색분소를 벗어나니 택시가 여러대 기다리고 있습니다. 택시로 한계령휴계소까지 이동했습니다. 2만원이면 꽤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진이 매우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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