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길 15킬로 남짓 걸었기에, 오늘 아침은 숙소내 커피솝에서 커피와 간단한 빵으로 여유롭게 오전을 보낼 생각했지만, 방에서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급작스럽게 설악산으로 다시 향했다. 코스는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즉시 사라지고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는 코스인 비룡폭포를 택했다.
걸을 수 있는 시간은 주차장에 도착 후 1시간 남짓이니, 40분가량 올라가는 길을 걷고 내려올 계획으로 시작했다.
비룡폭포로 가는 입구에 들어서자, 비록 배가 고팠지만, 아침을 포기하고 걷기로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날이 비교적 따뜻한 편이나, 여전히 코는 차고 손은 편하지 않다. 그러나 조금 걷자 몸의 열이 오르고 노출된 곳까지 전달된다. 마음은 더 멀리 가고싶어 더 빨리 가길 재촉하지만, 이성은 아침산책을 여유롭게 즐기라 명한다. 오늘 아침은 이성이 압도한다. 몸도 마음도 상쾌한 아침산책이다.
오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단 1명, 내려오는 동안은 점점 많은 사람과 마주한다. 유독 올해 설악산을 많이 다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설악산에서 산행하는 분들은 대체적으로 매너가 월등하다. 사람과 마주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제스추어라도 갖춘다. 다른 지역에선 몸을 돌려야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에서조차 지나는 동안 기본적인 매너까지는 바라지조차 않지만, 마스크 없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지속적으로 마주해야 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좋은 경치, 기분좋은 산행은 자연만으로 부족하다. 오가는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는 고만고만한 경치에도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으나, 아무리 경관이 빼어나도 무례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즐거운 산책이 불가능하다.
설악산의 경관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낫다고 느낀다. 더 좋은 것은 설악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매너다. 올해 걷기의 반 가까이를 설악산으로 택했고, 올해의 마지막 걷기도 설악산을 택한 이유다.

갤러리
겨울이 되니 렌즈를 교환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손이 얼어 렌즈 교환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카메라를 2대 가져갔다. 비록 무겁긴 하지만, 편하기도 했다. 니콘은 아이폰 대용 기록용으로.
- 코닥 SLR/n + 105mm 단렌즈
- 니콘 D750 + 50mm 1.4 단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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