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 싫었던 아침, 더 자고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떨치고 일어났다. 올 2월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걸었지만, 오늘은 집에서 일요일 하루를 빈둥대고 싶은 마음이지만, 결과적으로 후회할 것이 뻔하기에 걷기로 마음먹는다.
마음은 설악산을 걷고 싶지만, 설악산은 12월 중순까지 막혀있어 갈 수 없기에, 한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걷지 못했던 철원 한탄강을 걷기로 결정. 철원 한여울길 코스는 많지만, 1코스를 걷기로 했다. 1코스는 강을 따라 걷는 길이라 경치도 좋고 한적한 듯보인다.
걷기는 승일공원에서 출발해 고석정, 송대소, 직탕폭포를 거쳐 양지리통제소까지 11킬로를 걷는 길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고 너무나 기대되는 길이다.
한여울 1코스는 한탄강 유역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한반도 유일의 현무암지대의 특이한 야생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고 6.25 전쟁과 분단의 역사의 흔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광활한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수많은 철새 등 특색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수려한 자연경관’, ‘특이한 야생동식물의 생태’,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수많은 철새’, 등 매력적인 단어가 나를 불렀다. 그러나 실망은 더할 수 없이 심했다.
승일공원에서 출발했고 중간에 포기하고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되돌아가지만, 지정된 코스를 걷기싫어 돌아가는 길에는 논길과 차도 옆길을 걸었다. 2코스로 걸었다면 좀 더 나은 걷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온갖 것으로 뒤엉키도록 하고 길을 막았다.
이길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싫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준 ‘유네스코 관계놈’들에 화나고 ‘내 돈 아닌 세금을 휘둘러 자연을 망치는 분/놈’들에 화나기 때문이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연 그자체로 보존되었다면 나름 매력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걷는 내내 카페, 펜션, 레프팅, … 등등만 봐야하는 걷기는 올해 최악의 걷기가 되었다.
그래도 더 나은 길이 있을까 하는 기대로 시골답지않은 시골길을 이곳저곳 헤메었지만, 결과는 헛웃음만 남는다. 일요일 잠자고 빈둥대지않고 걸었다는 것에 위안삼는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