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소공원에서 새벽 3:40분 산행 출발,
8시 조금 못미쳐 매우 간단한 요기,
그리고 이어지는 불편함으로
자연스럽게 먹지않게 되었고, 단식을 떠올렸다.
힘든 산행 중, 3일 단식 작정

AllTrails 앱에서 보여주는 산행 동안의 칼로리 소비는 5,500을 넘는다. 5천이 넘는 칼로리를 소비하면서 거의 먹지않았다는 것이 스스로 놀랍기도 하지만, 미쳤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편함으로 먹지 않았지만, 걷는 내내 힘든 걸음의 원인이 에너지 충전이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늘어난 뱃살 때문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불편함은 잠시 먹지 않음으로 다스릴 수 있을 것이며, 뱃살을 줄이기에는 오늘의 긴 산행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이 두 가지 상황을 유리하게 하려면 한동안 제대로 하지못했던, 적어도 3일 단식은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걷는 동안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나쁜’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길고 힘든 산행 이후에는 늘 절제없는 포식을 했었다. 인제의 돼지갈비, 대포항의 생선지리, 생선구이, 튀김 등을 떠올렸고, 가능한 적은 칼로리를 위해 고성의 막국수까지 떠올렸다. 곱배기가 아니라 막국수 한 그릇 정도면 괜찮을 것같다는 생각까지. 온갖 상상이 머리 속을 들락날락했다.
길고도 길었던 산행이 끝나자, 음식에 관한 욕구보다는 다리 전체의 통증 때문에 쉬고 싶다는 우선했다. 그리고 3일 단식을 시작했다.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색(色)은 공(空)과 다름 없고, 공(空)은 색(色)과 다름 없으니,
색(色)은 공(空)이고, 공(空)은 색(色)이라,
느낌, 생각, 행함, 식별/인식함은
다름이 아니라 같음이라.
현재 단식 3일째,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처럼 음은 양이요, 양은 음이라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지식을 믿는 것도 아니며, 무엇이 진실이고 실체인지 알 수 없으며, 나는 너무나 모르고, 오히려 아는 것은 거의 없으니 무엇을 행해야 할 지 모른다.
지금 현재 내가 행하는 이 단식이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단식에 관한 많은 연구와 정보를 무시하더라도 단식 후 항상 더 나은 상태를 경험했기에, 특히 당수치와, 부풀어 오른 배에는 매우 좋은 선택이기에 현재 단식이 진행 중이다.
늘 그렇듯 단식은 갈등에서 시작해 갈등으로 마친다. 먹고 싶은 욕구와 참아야 한다는 이성적 명령과의 싸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 마음이 가는데로 행하는 것이 늘 답이었기에, 가끔은 감성을 따르지만, 대부분은 이성이 원하는 방향이 나았음을 깨달았기에, 단식은 이틀을 넘기고 3일째 접어들었다.
지금 가장 힘드는 것은 오늘 오후 5:00 제주로 떠난다는 것이다.
먹거리 많은 제주에서 단식을 이어야 한다는 어려움
서울에는 먹을만한 것이 거의 없으나, 제주에는 텃밭 야채부터, 천연상태의 감귤, 옛날 방식으로 만드는 보말, 성게미역국 등 먹을만한 것들이 즐비하기에 제주에서 단식을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나는 오늘 저녁, 제주에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선택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오늘 저녁 뭔가를 먹는다면 단식 3일을 채우지 못한다. 내일 아침까지는 참고 버텨야 한다.
현재는 차만 마시고 있다.
산행 동안은 에비앙 500mL 2병으로 버텼고, 이후는 차를 마시고 있다. 어제는 보이차를 마셨지만, 너무나 맛이 없어, 이후에는 다즐링 홍차로 버티고 있다.
단식 동안 늘 그렇듯 배고픔은 힘들지 않으며, 몸 상태는 더 낫다. 문제는 뭔가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를 때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가득한데, 자의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 힘들다.
쉽지 않은 단식은 없었던 것 같다. 5일, 3일, 2일, 심지어 1일 단식까지. 쉬운 단식은 없다. 먹는 것, 맛있는 것의 유혹만 없다면 매우 긴 날짜 동안 단식을 할 것이다.
맛있는 것이 넘치는 세상을 살며 단식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다.
이론! 이론! 이론!
[밀당365] 공복으로 높은 산에? 혈당 위험합니다!
당뇨를 가진 사람이라면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을 안다. 그럴 때 반드시 뭔가를 먹어 떨어진 혈당을 보충해야 한다.
모든 것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은 맞아도, 조금 후, 내일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맞는 것은 지금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