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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원매표소 – 비선대 – 오련폭포 – 양폭대피소
양폭대피소 – 무너미고개 – 희운각 – 대청/소청 갈림 정상
소청 – 봉정암 – 수렴동계곡 – 수렴동대피소 – 영시암 – 백담사
갑작스런 설악산 산행 계획
너무나 힘든 산행을 했다. 갑작스런 결정과 편치않은 몸상태 등으로 매우매우 힘든 산행이었다.
금요일(2021.11.05) 늦은 저녁,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늦은 점심을 4시 남짓에 남은 와인과 함께 먹었다. 많이 먹었다. 코스트코에서 산 그릴닭고기가 있어 함께 먹기위해 감자 셋을 웻지로 잘라 그릴했고, 새우, 가자미 한마리와 함께 호박, 감자를 듬뿍 넣고 퓨전 된장찌개까지 만들어, 남은 와인과 함께 즐겼다.
저녁이 점점 깊어지자 배는 나오고, 몸이 몸은 무겁고 편치않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그리고 걸어야한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조금은 긴 산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설악산 등산코스를 펼쳤다. 소공원에서 출발해 희운각을 거쳐 갈림이 있는 정상까지 오른 후 소청으로 내려가서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까지 걷는 길을 선택했다. 이 코스는 소청까지 오르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불동계곡과 수렴동계곡 모두를 하루에 다 즐길 수 있는 환상적 코스다. 요즈음 나의 상황상, 설악산 오르기가 작년만큼 흔하지않은 만큼 이번 산행에는 조금 무리해 하루 두 계곡을 모두 거치기로 했다.
설악산 입산은 새벽 4시부터다. 서울에서 2시간 20/30분 거리니 천천히 가기위해 1시경 출발했다. 천천히 운전해도 3시 남짓이다.
공원에 도착해 주차후 입산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러나 이내 깨, 관리인에게 혹시 지금 입산이 되는지 물었더니 3시부터 입산이라 한다. 언제 바뀌었는지?
먼 길을 위해 신발 끈을 평소보다 더 단단히 동여메고 출발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시간은 3:40분이다.
소공원매표소 – 비선대 – 오련폭포 – 양폭대피소
오늘 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예상보다 날이 어둡다. 칠흙처럼 어둡다. 프레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어두움이지만, 비선대 가까이까지는 GPS가 계속 작동하기에 핸드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프레시 없이 걸었다.
시작 후 한동안 길은 아스팔트라 멀리 뒤 그룹의 조명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비선대가 가까워지고 울퉁불퉁한 돌이 시작되자, 하는 수 없이 아이폰 조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거의 세시간 가까이 프레시를 사용해야 했다. 어두운 것이 별 문제는 아니었지만, 아쉬움은 내가 좋아하는 오련폭포에 다다랐을 때 여전히 칠흙같은 어두움이 이어져 그냥 지나쳐야함이었다. 양폭대피소가 가까워지자 여전히 어둡지만, 프레시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양폭대피소 주변은 늘 흉물이 널부러져 있고, 오늘은 공사가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양폭, 천당폭포, 그 이후로 이어지는 철계단은 인공물이지만, 그래도 싫지않다. 철계단이 끝나면 돌길이 계속된다.
양폭대피소 – 무너미고개 – 희운각 – 대청/소청 갈림 정상
철계단이 끝나고 무너미고개로 향하는 길은 주변의 암벽, 길, 모두 멋지다. 그러나 이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전, 경치가 괜찮은 곳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삶은 계란 하나, 소시지 하나, 감귤 하나를 먹었다. 이후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 뭐가 잘못인지 몰라도 올라오면서 속이 불편했었는데, 요기 이후 속이 점점 더 불편하다. 쓰리고, 토할 듯한 느낌이 계속된다. 이후 그 느낌은 강약만 달랐지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
불편한 속, 메스꺼움과 함께 졸림으로 인해 무너미고개까지 오르는 동안 여러번 쉬어야했다.
뭔가 느낌이 좋지않다. 대청봉과 공룡능선의 갈림길인 무너미고개에 도착해서는 아내와 지난주 설악산에 함께왔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지금 설악산에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혹시나를 대비해 사진으로 현재 내가 설악산에 있다는 알림을 대신했다.
희운각대피소까지도 힘들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소청까지는 악몽이었다. 미리 속이 불편했다면 오지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계속되고 힘은 빠지고 뭔가 먹을 수도 없고, 계속되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해결은 아래로 다시 내려가든, 원래 예정된 백담사까지 가는 것 뿐이었다.
지난번에는 소공원에서 대청/소청 갈림길까지 오른 후 한계령으로 내려갔었지만, 힘은 들어도 이런 고통은 아니었다. 너무나 너무나 힘들어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발바닥부터 허벅지까지 통증이 워낙이 강해 많이 걸을 수 없었다. 힘은 빠지고 속은 여전히 메스껍고 호흡도 매우 힘들다. 맥박수치는 130을 줄곳 넘는다. 유일하게 괜찮은 것은 늘 걱정하던 무릎통증이다. 무릎통증은 백담사에 이를 때까지 전혀 없었다. 지난번 올랐던 코스라 대충 알지만,,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오르는 길이 많이 남았는지 수차례 물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원해서 오르는 길, 즐기기 위해 오르는 길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가끔 렌즈도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다.

소청 – 봉정암 – 수렴동계곡 – 수렴동대피소 – 영시암 – 백담사
힘들게 힘들게 긴 시간을 들여, 소공원에서 갈림길까지 오르자,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으로 안도했다. 1키로 오르는데 1시간이 더 걸리고 했다.
이후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즐겁다. 고산식물과 설악산의 멋진 뒷배경 때문이다. 구름이 그리 많지않아 기대하던 경관이 펼쳐지진 않았으나,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만드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소청대피소 역시 공사 등으로로 인해 쓰레기장 느낌이다. 소청대피소에서 봉정암까지 길은 매우 가파르다. 마음은 좀 더 빨리 내려가고 싶지만, 힘도 없고, 다리 전체의 통증때문에 자칫 헛디뎌 구를까봐 조심해 천천해 내려가야 했다. 힘이 없지만,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이 구간의 아쉬움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숲과 나무로 인상적이지 않음이다.
봉정암에 이른 후 잠시 고민을 했다. 사리탑으로 오를지 말지. 그러나 자주 올 수 없는 곳이기에 오르기로 했다.
사리탑에서 보는 와이드뷰는 너무나 멋지다. 날씨가 맑으면 금강산까지 볼 수 있는 경치다. 날은 맑고 가을 날씨지만, 전체가 뿌였다. 작년 설악산에 자주 오르며 뿌염의 원인을 오랫동안 궁금해했지만, 동해안 역시 화력발전소와 시멘트 공장 등에서 엄청난 매연을 내뿜고 경유차 또한 많으니 뿌였지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움은 오늘의 뿌연 풍경보다는 나쁜 공기의 여러 원인들이었다.
봉정암에서부터 가파른 길 500미터 내외, 그리고 수렴동 계곡의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불편한 속, 다리 전체의 고통은 계속되었지만,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기에 가능하면 느리게 느리게, 즐기며 내려갔다.
수렴동계곡에는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폭포가 있고 여러번 왔으나, 이름은 거의 모른다. 유일하게 아는 폭포는 거대하게 두 곳에서 내려오는 쌍용폭포뿐이다. 이름은 중요치않다.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이어지고 펼쳐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이 이미 저무는 시기라 가을을 담고싶었지만, 수렴동계곡이 전체적으로 그늘이 많고 음한 느낌이라, 쓸쓸한 장면만을 카메라 앵글에 담는다.
정말 길다. 매우매우 길다. 수렴동계곡이 오늘처럼 긴 적은 없었다. 다들 나를 지나쳐 먼저 내려간다. 오늘은 뭔가에 홀린 듯, 수렴동계곡 길은 평소와 달리 길게 길게 늘어뜨려놓은 것같다.
참 매력없는 영시암에서도 어김없이 발, 다리의 통증으로 잠시 쉬었다. 이곳에서 쉰 것은 처음인 듯하다.
영시암에 앉아있는 동안, 얼마전 친구내 가족이 다녀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영시암에서 백담사로 내려가는 동안, 친구네 아이들이 걷고 장난치며 즐겁게 걸었을 길이라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오늘 나에겐 달랐다. 비교적 평탄하고 쉬운 길, 떨어진 낙엽으로 가득차 운치있는 길이 오늘처럼 어렵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오후 6시 가까워서야 백담사에 도착했다. 깜깜한 이른 새벽에 걷기 시작해, 어두움이 깔리고서야 오늘의 걷기는 끝이 났다.
택시로 백담사에서 설악산소공원으로
전날 백담사엣 설악산소공원까지 네이버로 택시비를 확인했을 때 3만원 이하였다. 도착해 확인하니 3만원 남짓으로 비슷하다.
택시기사에서 요금을 물었더니 미터기로는 4만원 넘으니 4만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와 탟기사의 말이 달라, 나는 미터기로 가자고 했다.
미시령을 넘자 이미 미터기는 3만원이 넘는다. 이상하고 궁금해 왜 그런가 물었더니, 인제에서 속초로 갈때는 단위가 1,800원이라 한다. 서울은 단위가 1,000원이지만, 지방은 다르다 한다. 이유는 다른 지역에서 손님을 태우는 것이 불법이라 빈 택시로 돌아가야 하기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양양은 타지역으로 갈 때 단위요금은 더 비싼 2,000원이라 한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설악산소공원에서 서울로
차에 타니 발, 다리 전체 통증으로 페달에 발을 대는 것조차 쉽지않다. 그러나 빨리 서울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즉시 출발했다.
하지만 졸림을 감당할 수 없어 나타나는 졸음쉼터마다 들러지만, 강한 조명, 주변 자동차들이 이상한 행동과 소음으로 금새 깨고 다시 운전을 하게된다. 졸음쉼터를 형식적으로만 만들고 운전자들이 졸음을 깨울만큼 잠시 잠을 청하기 어렵게 만들었음을 국내 졸음쉽터를 거의 처음 이용하며 알게되었다. 내린천휴게소 이전 두곳 졸음쉼터는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차로를 여러번 넘나들며, 어렵게 어렵게 내린천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1시간 남짓 잠을 잔 후 서울로 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만큼 힘든 국내 여행은 드물었다. 고행이라 느껴질 정도의 고통과, 많은 순간 위험을 느낀 여행이었다. 또한 으르고 내리며, 25키로 가까운 거리를 걷는 동안 거의 먹지 않고 걸었으니, 모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산행 이후의 맛있는 것 즐기기도 포기했다.
오늘은 속이 조금 편하다. 차만 마시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 이 참에 단식을 생각한다. 많은 운동 이후에는 관성처럼 칼로리 소모는 계속된다는 예전 글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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