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피, 뜨거운 감자다. 엘피를 즐기자니 허들이 많고, 디지털로 듣자니 편하지만, 귀와 마음은 불편하다.
심리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엘피로 듣는 음악이 더 음악같고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해서 내 디지털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년이 넘은 구닥다리 DAC이지만, 1비트 DAC 미크로메가(Micromega) 듀오와 골드문트(Goldmund) 디지인(Digin)은 매우 매우 아날로그적 음색을 들려준다. 디지털 느낌은 적지만, 그래도 디지털이다. 턴테이블에 엘피를 얹고 음악을 들어보면 느낀다.
아날로그로만 들으면 되지만, 이도 문제다. 바쁠 때면 판을 뒤집고 가는 것도 귀찮지만, 무엇보다 나의 아날로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턴테이블 세팅의 문제다. 린 손덱(Linn Sondek), 링고 전원, 에코스 암, 오토폰 쥬빌리 카트리지, 등 나름 괜찮은 시스템이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세팅이 완벽하지 않으면 미세하게 소리가 갈라진다. 특히 오토폰 쥬빌리가 너무 예민하다.
벤츠 마이크로 루비 카트리지를 사용할 때는 문제가 적었지만, 루비가 단선된 후, 급한 마음에 오토폰 쥬빌리를 구입하면서부터 고행이 시작되고 아날로그 즐기기 어려워졌다. 루비의 수리는 스위스나 독일로 보내야 제대로 된 수리가 가능하며 600유로 이상이 든다. 쥬빌리는 매우 정확하고 섬세한 소리지만, 세팅이 너무 힘든다. 시간을 두고 세팅이 잘 되면 천상의 소리지만, 세팅이 잘못되면 고통스런 소리다.
오늘은 뭔가 지친 느낌, 그리고 몸이 지나치게 무거운 느낌이 들어 작업을 쉬고 싶었다. 쉬면서 그동안 미루었던 엘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엘피를 정리하는 김에 턴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세팅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흐르는 음악은 너무 좋다. 아날로그 음악에 푹 빠진 느낌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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