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 들를 일이 있었다. 일백헌 갤러리에서 잠시 최준걸 화백을 뵙고, 강북에 간 김에 강남이 아닌 인왕산 인근에서 트레일러닝을 할 계획이었다. 어제 와인을 많이 마셨고, 수년 간 경험하지 못한, 약하지만 오후까지 두통이 지속되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강북 곳곳은 사람과 차로 넘쳤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아니어도 어디든 사람이 많았고 트래픽으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익숙한 인왕산 길을 뛸 생각이었으나, 주차할 곳을 찾지못해 다시 강남으로 돌아와야 했다.
강남은 양재시민의숲에서 구룡산 대모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염두했으나, 양재시민의숲도 주차가 여의치 않아, 아이폰 맵으로 구룡산을 치니 구룡산공영주차장이 나온다. 2킬로 정도 거리라 그곳으로 향했다.
입구는 무서운 플랭카드로 차있고, 주차장은 여유가 있다. 개발 때문인지 오르는 입구는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하다. 누군가를 납치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 보인다.
산 등성이에 오르자 무서운 느낌이 사라진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흔히 보는 느낌으로 바뀐다. 오르는 길에 잠시 뛰어봤으나, 무거운 몸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가슴이 갑갑하니 숨이 금새 차올라 걷기조차 쉽지않다.
하지만 오늘 처음 사용하는 허리용 러닝벨트 덕에 불편함은 줄었다. 팔에 착용하는 벨트는 암벨트는 작아 사용못한 것이 아쉽다. 암밴드까지 사용했다면 더 편했을 것인데 아쉽다.
서울답게 제주와 비할 바없이 걷는 사람이 많다. 오늘의 뛰기는 단순했다. 오르는 길은 걷고, 사실 걷기조차 벅차지만, 내리막 길은 뛰는 것이다. 오늘 착용한 트레일러닝화 알트라는 볼이 넓어 내리막길에서 불안하다. 그러나 신발이 아니라 평지가 거의 없이 대부분 오르막 내리막이라 쉽지않다.
5킬로 남짓에서 방향을 돌려 되돌아가는 코스를 택했다. 돌아오는 길은 대부분을 걸었다.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늘의 힘듦을 아침 9시경 어제 먹다남은 수프를 조금 먹은 후 아무 것도 먹지않은 것과 무더운 날씨 탓으로 돌리고 싶지않다. 오히려 과한 몸무게와 약해진 체력 탓일 듯하다.
집으로 돌아와 물만 잔뜩 마셨다. 중간에 약수 두 곳에서 바짝 마른 입안을 헹구고 손으로 몇 모금 마신 것이 전부라 물이 쉼없이 들어갔다. 중간에 약수터가 없었다면 엄첨 힘들었을 것이다.
제주로 가기 전까지 며칠이 남았다. 산등성이는 걷고 뛰는 것은 좋지만, 적당한 입구를 아직 찾지못한 듯하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입구를 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트레일러닝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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