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제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제까지 10일간 3번 10킬로 내외 거리를 뛰었다.
어제는 서귀포 법환동 집위에 있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 고근산, 추억의숲길을 거쳐 영실휴게소에 이르는 21킬로를 뛸 생각이었으나, 낮 1시에 출발한 것이 실수였다. 아주 간단한 아침 후 아무 것도 먹지않은 상태에 최근 가장 뜨겁고 더운 날, 낮 1시 출발했으니 무모함의 극이었다.
고근산 오르막을 100미터 정도 남긴 상태에 탈진상태에 이르렀고, 서 있기도 힘든 어지럼증이 왔다. 적어도 5킬로 이상을 지난 후 물에 입을 대지만, 어쩔 수 없이 물을 마셨고, 비상용으로 준비한 – 산악인 박정헌 대장이 준 것으로, 먹을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 에너지 젤을 먹었다. 맛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상태가 아니면 먹지않을 것이다.
오늘 뛰기는 이즈음에서 포기할 생각이었으나, 고근산 정상 후 내리막에서 몸이 자동으로 뛰기 시작했고, 내리막 후반은 꽤 빠른 속도로 뛰었다. 되돌아가는 길을 고민했으나, 몸은 추억의 숲길을 향해 뛰고 있었다. 도로에서 추억의숲길 방향으로 향한 조금후, 시멘트 포장의 오르막이 시작되고, 걷는 것조차 힘든 경사였다. 얼마 후 길이라 하기 어려운 숲길이 나타났다. 풀이 심하게 우거져 혼자서는 지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방향을 돌려 되돌아왔다.
비온 후 다음날 뛸 때는 늘 뱀이 걱정된다. 오늘도 전날 비온 후라, 우거진 숲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냉장고에 있는 수박과 시원한 물이 눈에 아른거렸다.
오늘은 중간에 짧게 뛰고 돌아올 생각도 했지만, 나쁘지않은 속도였다. 12킬로 남짓에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인 셈이다. 여전히 매우 느린 속도이지만, 오늘처럼 더운 여름 낮에 뛴 것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다고 혼자서 위안한다.
트랜스제주 50킬로의 1차 관문인 추억의 숲길까지 2시간 컷오프에는 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2차 관문인 영실휴게소까지 5시간 컷오프는 아직 모르겠다. 10월, 뛰기에 조금 나은 환경에는 2차까지는 가능할 듯하다. 좀 더 애쓰면.
되돌아볼 때, 에너지 젤은 꽤 효과가 있는 듯하다. 60ml 젤을 먹으면 5킬로 남짓은 견딜 듯했으며, 무엇보다 몸에서의 반응이 즉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7월 14일, 법환동-고근산

7월 22일, 추억의숲길-영실방향


7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고근산-추억의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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